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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훌쩍 높아진 P2E 허용 가능성..게이머도 주목해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2 07:00

수정 2023.04.22 07:00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렵, 게임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키워드가 있었다. 게이머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Play to Earn(P2E)’ 게임이다. 한 마디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 무렵, P2E 게임을 국내에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게임 산업계로부터 거세게 일어났다. 확률형 아이템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감이 커지던 때라, 게임사에게는 차세대 BM이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마침 메타버스와 가상자산 광풍도 불었다.
P2E 이슈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업계 입장에서는 여러 면에서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일까, 당시 게임 뉴스 기사들을 보면 ‘P2E’ 라는 말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런데 2년여가 지난 지금,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키워드가 되어버렸다. 왜일까. 또한 정부가 생각하는 P2E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글에서는 P2E 침체 원인과 현재 정부의 P2E 규제 완화 움직임을 설명해보려 한다.

우선 P2E의 침체 원인부터 살펴보자. 무엇보다 P2E 논의의 기폭제가 되었던 메타버스와 가상자산 붐이 사그라든 탓이 크다. 특히 메타버스 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현실을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메타버스 산업의 선두주자인 메타는 지난해 18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산업용 메타버스팀을 아예 해체하고 직원들도 해고했다. 텐센트는 XR(확장현실) 하드웨어 개발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고, 유명 VR(가상현실) 제조업체인 피코 역시 감원에 나섰다.

여론의 뒷받침이라도 있었으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일단 게임 본연의 재미를 주지 못했다. 획기적인 시스템과 재미를 장착한 것이 아니라, 과거 출시되었던 게임에 P2E BM만 덮어씌워 재활용한 게임들이 많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아울러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BM과 국내 게임사에 대해 게이머들의 반감이 커지던 시기와 겹쳤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법적 규제다. ‘게임법’이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다. 게임법 제28조 제3호에서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품이란, 헌법재판소 판례상 ‘게임물을 이용한 결과물로 게임물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재화 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재산상 이익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P2E BM이 비껴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P2E 게임 개발사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낸 소송들도 연이어 패소 소식이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사행성을 우려로 줄곧 반대 입장이다. 문체부는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입법체계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보다시피 여러 면에서 P2E 도입이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P2E 규제 빗장을 조금씩 푸는 듯하다. 정문은 여전히 봉쇄중이지만, 옆문이나 뒷문이 열리는 모양새다.

먼저 지난 3월 2일 국무총리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내놓은 결과물을 주목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규제혁신 방안’이 발표되었다. ‘선허용, 후규제’, ‘민간 중심의 자율규제’, ‘최소규제’를 원칙으로 내놓은 방안이라고 한다.

이 방안에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의 법적 성격 판단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지시가 담겨있다. 정부는 메타버스내 NFT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나,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관련한 정부의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금융연구원에 의뢰하여 내놓은 ‘NFT의 특성 및 규제방안’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보고서는 여러 NFT 유형중 게임NFT는 가상자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임NFT가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의 정의에 해당하는 ‘결제와 투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게임내 NFT 아이템이 현실에서 화폐처럼 결제 수단으로 쓰이며 투자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가상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이 지난해 12월 5일 펴낸 ‘지급결제 조사자료’도 이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NFT 가이드라인 역시 이 내용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게임NFT가 실제 가상자산으로 인정될 경우, P2E 게임 허용의 1차 관문이 열리게 된다.

'메타버스내 게임 컨텐츠'도 완화된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부는 입장차를 겪고 있었으나, '제페토'같은 커뮤니티형 메타버스의 경우 게임등급분류를 면제하기로 전면 합의했다. 바꿔 말하면, 메타버스내 게임 컨텐츠가 게임법의 규제받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한 사업상 이점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P2E처럼 게임사가 제작한 메타버스 게임 컨텐츠는 여전히 불허이긴 하다. 그러나 상징적인 규제가 완화된다는 점에서 P2E로 가는 2차 관문이 뚫렸다고 보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의 관련 입법 동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제정법안이 총 18건 발의된 상태다. 지난달 논의를 시작하였고, 곧 본격적인 심사에 접어들 예정이다. 제정안에 담긴 내용들 중 주목할 것은 '정의'조항이다. 18건의 제정안 중 16건에서는 가상자산의 정의를 특금법상의 그것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게임법상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가상자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실도 같은 의견이다. 첫째, 제정안에서 NFT를 법률에 직접 명시할 경우 현행 특금법상 가상자산 정의에 NFT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였다. 둘째, 현행 특금법과 같이 가상자산 용어를 포괄적으로 정의함에 따라 이를 명시할 실익이 적다는 의견이다.

반면, 소수이긴 하나 2개의 제정안에서는 가상자산의 정의에 NFT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한 건은 ‘P2E 게임화폐’를 별도로 명시하여 가상자산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18건의 제정안 중 고작 2건이라고 대수롭게 봐선 안된다. 소수 의견이어도 당연히 법안 심사 테이블에는 올라간다. 그리고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변신의 귀재, 메타몽보다 변화무쌍한 것이 국회의 법안소위다. 상황에 따라선 소수 의견도 얼마든지 채택될 수 있다.

보다시피 정부와 국회의 가상자산 포함 논의, 메타버스 규제 완화 등 P2E 주변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혹시 모를 가능성이지만,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P2E 게임 이용이 허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게이머들의 플레이 환경이 크게 바뀌며 큰 혼란이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게이머들도 P2E 이슈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생각보다 정책과 게임은 가까이에 있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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