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은 낯선 주제만큼이나 참석자들의 반응도 낯설었다. 주최자 입장에선 수많은 고민 끝에 주제를 정하고 최고의 강사를 초청해도 참석자들이 얼마나 올지, 또 그들의 반응은 어떨지 항상 긴장되는 게 사실이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자주의 기반의 자유경제질서가 빠르게 종말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종말은 그동안 해당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해왔던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공 이사장은 미·중 패권경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재앙 없는 경쟁, 조건부 경쟁공조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해법을 내놨다.
'월가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는 졸탄 포자르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패권경쟁은 사실상 강대국 간 패권전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로 인해 세계교역에서 '탈(脫)달러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탈달러화가 원자재·상품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2022 올해의 경영서적'인 '칩 워(Chip War·반도체 전쟁)'의 저자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학교 교수는 강연과 특별대담을 통해 미국은 중국이 최첨단 칩을 만들지 못하도록 계속 방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견제로 타격을 입는 것은 비단 중국만이 아니라며 현재 거의 모든 반도체 기업들이 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강연자들의 발언을 다소 소개하는 것은 그만큼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엄중하기 때문이다. 한발 물러나 보고 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대만의 갈등이 바로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주가가 요동치고 환율 또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강연자들의 혜안을 살펴 대통령실과 국회, 정부가 한 몸이 되어 지정학이 몰고 온 어려움을 헤쳐 나갔으면 한다. 위기 때마다 똘똘 뭉친 기억을 다시 꺼낼 때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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