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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시간 단전, 암흑속 모든것이 끊겨"..韓 남의 얘기 아냐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6 09:07

수정 2023.04.26 18:36

40조원 부채 못갚은 에스콤, 사실상 파산
신호등은 무용지물..병원도 암흑속에
누적적자 38조 한전, 요금인상 절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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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아공의 국영 전력회사인 에스콤은 재정상태 악화로 순환정전이 하루 최대 10시간 가까이 이어지고, 이로 인해 상권이 마비되고 경제난이 악화하고 있는 것. 남아공과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전력 역시 재정악화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40조원 부채 못갚은 에스콤, 사실상 파산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는 이달 초 전력난으로 인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남아공의 전력난은 국영 전력회사인 에스콤의 부실에서 기인한다. 에스콤은 약 5000억 랜드(약 40조 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실상 파산했다.

에스콤은 막대한 규모의 저급 석탄 처리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회사이다.
에스콤의 발전소들은 대부분 석탄 발전소이며, 에스콤은 원자력 발전소 1곳과 양수 발전소 여러 곳도 운영 중이다.

에스콤의 위기는 메두피(Medupi)와 쿠사일(Kusile)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하면서 비롯됐다. 두 발전소의 건설 일정이 예정보다 지연되고, 건설비는 예산을 초과하면서 부채가 쌓인 것이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and Poor’s)는 에스콤의 신용등급을 투자주의 등급인 CCC++로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었다.에스콤은 현재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스콤의 재정 부실로 남아공 전력산업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었고 이는 순환단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잇단 정전 사태는 제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을 멈춰 세워 남아공 경제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2.5%였던 경제 성장률은 올해 0.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공 중앙은행은 하루 6∼12시간의 순환 단전으로 매일 2억 400만∼8억 9900만 랜드(145억∼64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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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은 무용지물..병원도 암흑속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남아공의 전력 상황은 2018년 이후 줄곧 악화중이다. 2020년 844시간이었던 남아공의 총 정전 시간은 지난해 1949시간까지 늘어났다.

현재 남아공은 하루에 8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절 반 이하로 떨어진 화력발전 가동률 때문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남아공 국민들의 분노는 걷잡을수 없을 만큼 커져가고 있다. 정부는 발전소 보호를 위해 군을 배치하는 등 심각한 소요 사태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남아공 사태에 대한 보도에서 “잇단 정전으로 히터가 꺼지면서 양계 업장에서 병아리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연쇄적으로 닭고기 및 계란 가격 인상으로 식량 공급이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전때는 심지어 병원에도 전력 공급이 멈추기 때문에 환자들의 생명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위급 상황이 발생해도 전화가 끊겨 응급구조대를 부를수가 없고, 도로의 산호등도 작동을 안해 정상적인 통행까지도 불가능해 지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지역에서는 물을 공급하는 펌프의 작동이 멈춰 단전과 함께 상수도를 이용할수 없는 단수 사태까지 겹쳐 주민들을 더 고통스럽게게 하고 있다. 남아공 동남부에서는 물의 수요에 늘자 공급이 원활치 않아질 것을 걱정한 지방 당국이 물 배급제 시행을 고심하고 있다.

누적적자 38조 한전, 요금인상 절실

이처럼 남아공 에스콤의 재정악화로 전력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1~2022년까지 한전의 영업손실은 38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무려 32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남아공 에스콤의 40조원과 비교가 될 만큼 큰 액수다. 이는 발전소에서 사오는 전력구매가 대비 낮은 전력판매가로 인한 것이다.

한전의 평균 전기 판매가격은 올 1월 기준 ㎾h당 147.0원인데 팔 전기를 사오는 가격은 164.2원/㎾h로 운영비를 뺀 원가만으로도 약 12% 손해보면서 팔았다. 이마저도 산업부가 1년 한시 도입한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통해 민간 발전사의 이익을 제한한 결과다. 산업부가 규정에 따라 이 제도 적용을 해제한 3월 전기 도매가는 약 220원/㎾h까지 치솟았다.

천문학적인 적자에 한전은 채권 발행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 말 한전법 개정 이후 올해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는103조원 수준이다. 현재 한전의 회사채 발행 누적액은 76조1000억원으로 한도 잔액은 26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한전은 이미 올해 1·4분기에만 9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이미 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산업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전의 적자가 심화되면 송·배전 유지보수 예산이 축소될 수 있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전력산업계 전체의 붕괴는 물론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전력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지연되면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재정난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이는 국민들의 생활에도 불편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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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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