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노숙인들 자립·재기 돕는 인문학 강의..."삶의 의지 다져 새로운 인생 설계하길" [서울을 움직이는 사람들]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7 18:19

수정 2023.04.27 18:19

이수연 서울시 복지기획관
노숙인들 자립·재기 돕는 인문학 강의..."삶의 의지 다져 새로운 인생 설계하길" [서울을 움직이는 사람들]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인해 꿈을 접어두거나 대학 강의를 접하기 어려웠던 분들이 인문학적 삶의 성찰을 통해 자기 삶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최근 서울시가 노숙인 등을 위한 인문학 교육 입학식을 개최하며 사회복지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반영된 희망의 인문학에 대해 이수연 서울시 복지기획관(사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수연 기획관은 27일 "'희망의 인문학' 사업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없는 분들에게 소통의 장소, 지식이 목마른 분들에게 배움의 공간, 책에서 읽은 곳을 직접 찾아가고 싶은 분들에게는 체험의 장이 된다"며 "수강생들 중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을 위해 자격증 과정 및 취업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계해 자활·자립 성공 사례가 봇물처럼 쏟아지길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노숙인 등 487명이 수강하는 '2023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은 우리 사회 약자들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자기성찰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립의지를 북돋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립대학교, 건국대학교와 서울시가 협력했다.
각 노숙인 등 시설에서 진행할 희망과정을 멘토링하고, 좀 더 깊이 있는 교육을 희망하는 노숙인 등을 위해 직접 2개 대학 캠퍼스에서 각각 행복과정을 운영하는 형태다.

이 기획관은 "지난 해 10년 만에 희망의 인문학을 다시 개설해 3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며 "희망의 인문학에 참여했던 노숙인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여 취업에 성공하거나 작가·강사가 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인문학 강의가 자활·자립의 길을 비춰주는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에는 작년 입학생(384명) 대비 21% 증가한 487명이 등록했다. 희망의 인문학은 16년 전 오세훈 시장의 제안으로 처음 시작됐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작가,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Earl Shorris)가 추진했던 취약계층 대상 무료 인문학 교육 '클레멘트 코스'를 본떴다.

이수연 기획관은 "노숙인과 저소득 취약계층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자기 성찰을 통해서 삶의 의지를 다지고 자존감을 세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했다"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6000여명에 가까운 노숙인과 저소득층이 참여했고, 오세훈 시장이 시정에 복귀하면서 작년부터 재개했다"고 말했다.

올해 진행되는 희망의 인문학은 참여자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다채로운 체험학습, 동아리, 자격증 과정을 접목했고, 대학별로 정규과정 외에 열린 특강도 진행한다.
인지심리학자로 잘 알려진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가 5월 12일 건국대에서 진행하는 특강을 시작으로, 총 4회 이상의 열린 특강도 계획 중이다. 연말에는 서울시청사 시민청 공간을 활용해 글쓰기, 공예 등 교육 결과를 반영한 합동전시회도 개최한다.


이수연 기획관은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소외계층 시민의 삶에 인문학을 입혀 새로운 자립 모델을 만들겠다"며 "희망의 인문학이 참여자들에게 희망과 자립, 자활 의지를 샘솟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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