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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후판도 택배로 받는다"...철강도 온라인 쇼핑 시대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9 06:00

수정 2023.04.29 06:00

철강 시장도 이커머스 바람 빠르게 확산
포스코, 동국제강 이어 현대제철도 진출
올해 국내 철강 온라인거래 60만t 넘을듯
'스틸샵' 마케팅 혁신모델로 시장서 주목
만화 '미생2'에도 스틸샵 고군분투기 실려
철강도 온라인으로 신청해 택배로 받아보는 시대가 왔다. 사진은 출하 대기 중인 냉연강판. 현대제철 제공
철강도 온라인으로 신청해 택배로 받아보는 시대가 왔다. 사진은 출하 대기 중인 냉연강판. 현대제철 제공

[파이낸셜뉴스] 철강도 온라인으로 신청해 택배로 받아보는 시대가 왔다.

철근·후판·형강 등 무거운 철강재를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결제, 구매하면 현장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외상·담보 거래의 오프라인 영업이 고착화된 철강 시장에도 이커머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온라인 철강 거래는 꾸준히 성장하면서 올해 60만t 규모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엔 이보다 8배 가량 성장한 50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도 온라인 주문..올 거래량 60만t 넘을 듯

29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도 내달 철강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든다. 현대제철은 'H코어 스토어(HCORE STORE)'라는 이름으로 내달께 시범 론칭한다.

국내 최대 철강 온라인 거래는 포스코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자회사 이스틸포유)이 온라인몰 '이스틸포유(eSteel4U)'를 지난해 4월부터 운영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올해 1·4분기 판매량은 14만3000t이다. 올해 거래 목표는 62만t 규모다. 2030년 연간 400만t 규모의 온라인 철강거래 체계로 키우겠다는 게 큰 그림이다.

철강 온라인 거래는 세계적 흐름이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온라인 거래량이 3억t에 달한다. 유럽의 아르셀로미탈도 'e-스틸' 플랫폼으로 이커머스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가 자사 제품을 직접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동국제강이 처음이다. 2021년 5월 론칭한 '스틸샵(steelshop)'이 그것이다. 론칭 초기 우려와 달리 2년 만에 안착하면서 시장에선 동국제강의 마케팅 혁신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나온 윤석호 작가의 만화 미생2에도 이 내용이 나올 정도다.

KS기준을 충족하는 동국제강 정품 후판 정척재. 동국제강 제공
KS기준을 충족하는 동국제강 정품 후판 정척재. 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 스틸샵 성공사례...안착까지 우여곡절

스틸샵은 현재 회원사 2000여개, 누적 판매 5만t을 넘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후판은 KS인증 정품으로 7일 내에 받는다.

철근은 전용 10t차량이 현장까지 배송한다. 가격 흥정이 많았던 건설용 형강류도 유통업체 실시간 재고 조회가 가능하다. 이윤노 동국제강 마케팅팀장은 "스틸샵에서 구매한 고객 중 70% 정도가 다시 찾고 있다"며 "구매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동종업계의 불만도 컸다.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침범한다"며 영업팀에 항의하는 일도 많았다. 이 팀장은 "스틸샵을 처음 오픈 했을 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고 했다. 스틸샵 론칭은 동국제강이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읽고 실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철강 구매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시장 정보(재고, 가격 등)를 실시간 파악해 다양한 선택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선 B2B(기업간 거래)에서 B2C(기업·소비자간 거래)로 영업 방식의 확장이다.

미생 단행본 16권. 표지에 동국제강 본사 페럼타워 속 미생 등장인물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동국제강 제강
미생 단행본 16권. 표지에 동국제강 본사 페럼타워 속 미생 등장인물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동국제강 제강

컨셉은 크게 두 가지다. △고객 소량·맞춤형 주문 △실시간 정보 제공이다. 다시 말해 △기존 거래 관행에 불편해 하는 소량·맞춤형 수요 고객들을 위해 온라인 거래로 문턱을 낮춘 것 △실시간 생산 가능 여부를 확인(MES 제조 실행 시스템 적용)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국제강은 메이커와 유통점이 윈윈하는 구조가 필요했다. 그래야 기존 관행이던 담보 기반 외상 거래나 선 판매 후 정산 거래 방식도 바꿀 수 있다. 판매와 동시에 가격과 결제가 완료되는 명확한 거래 시장으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동국제강은 오는 2026년 연간 판매량 25만t으로 5배 성장한다는 목표다.

'미생2'에도 나오는 온라인 철강거래 플랫폼

스틸샵의 탄생 스토리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2'에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26일 출간된 단행본 중 16권(미생 128수)에 철강 온라인 플랫폼 내용이 실렸다.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 부서원 장백기가 CIC(사내독립기업) 설립을 계획하면서 철강 온라인거래 플랫폼을 구상하는 내용이다. 동국제강과 윤태호 작가의 인연은 지난해 4월 시작됐다. 윤 작가가 먼저 동국제강 측에 연락해서 이뤄졌다. 오현주 동국제강 마케팅팀 부장은 "처음엔 장난 전화 인가라고 생각 했다"라고 말했다. 오 부장은 "윤 작가가 철강 플랫폼을 미생 스토리 중 하나로 상상하며 찾다가 철강 플랫폼이 실제 있어 놀랐다면서 취재 요청 전화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작가는 작품에서 CIC를 기존에 없고 없어서 아쉬웠던 사업을 해내는 회사로 그렸다.
그런 점에서 동국제강 스틸샵이 최적의 모델로 본 것이다. 윤 작가는 인천·포항 공장을 방문하는 등 1년 여간 취재를 하며 스토리를 다듬었다.
단행본 표지에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동국제강 본사)에 미생 등장인물도 그려 넣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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