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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아시아 경제도약, 韓 앞장설 때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30 19:04

수정 2023.04.30 19:04

[차관칼럼] 아시아 경제도약, 韓 앞장설 때

60년 전 방송되었던 톰과 제리 만화가 최근 챗GPT 열풍으로 인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허탕만 치던 고양이 톰 대신 주인은 로봇 고양이를 데려와 생쥐 제리를 쉽게 잡았고, 톰은 로봇 고양이에게 밀려 일자리를 잃고 떠나는 신세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 담긴 고민은 현재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의 고민거리와 놀랍도록 닮았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60년 전은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가운데 냉전으로 진영 간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다. 우리나라는 이때부터 도약하기 시작했다. 1962년 경제개발계획을 처음 수립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고속도로, 항만 등 인프라를 갖춰 나갔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산업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켰고, 인재도 적극 양성하는 등 국민 전체가 힘을 모은 끝에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탈바꿈한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이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세계 구석구석에서 소비되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휩쓴다. K팝은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국제사회는 주요국 한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60년 전 로봇 고양이가 톰을 대체했던 것처럼 인공지능(AI), 로봇, 양자컴퓨터 등 기술의 발전은 급격한 사회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냉전을 떠올리는 자국 중심주의 확산으로 공급망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시작된 위기가 고물가, 긴축에 따른 불안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문제, 탄소중립과 같은 구조적 이슈도 부각되고 있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특히 자유무역을 토대로 글로벌 가치사슬의 중심축을 담당하던 아시아에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각자도생에만 골몰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위기극복을 위해 다 함께 다시 뛰어야 할 때다.

사실 60이라는 숫자에는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60초가 지나면 다시 1초가 되고, 만 60세인 환갑도 60갑자를 다 지내고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음악에서도 12음계가 순환하며 60번째에 다시 같은 음이 된다. 고대 수메르인과 바빌로니아인도 순환의 의미를 담은 60진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계획 60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 숫자 60이 갖는 의미처럼 글로벌 경제 재도약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다시 도약하는 아시아: 회복, 연대, 개혁"을 주제로 5월 2~5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되는 ADB 총회가 그 무대이다. 회원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등 주요 인사 5000여명이 모이는 국제행사인데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아시아의 재도약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세미나의 날' '한국 기업 홍보 행사' '한국 문화의 밤' 행사도 예정되어 있다.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우리 기업의 우수성을 알려 수출·수주 확대에도 힘쓸 예정이다. 각종 문화행사로 한류를 확산하고, 물밑에서는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도 펼쳐진다.


ADB 총회의 주제를 '다시 도약하는 아시아'로 정하고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경제개발을 본격 시작하던 60여년 전 우리 모습이 떠오르게 한다. 이제 다시 한국이 앞장서서 뛰어야 할 때다.
이번 ADB 총회가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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