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무더기 하한가'로 드러난 주가조작 사태는 지난 2009년 2월에 개봉한 영화 '작전'을 떠오르게 합니다. 결국 주식시장은 14년이 지나고도 달라진 게 없었는데요. 오히려 차익결제거래(CFD)라는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하면서 작전 규모는 더 커졌고, 투자자 피해는 무한대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영화 '작전'으로 보는 주가조작 방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영화는 증권사 직원 조민형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개미라고 들어봤죠? 남의 말 듣고 감으로 투자하는 분들. 그 사람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끄떡없어요"
작전의 3요소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대산토건'이라는 회사를 작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대주주 지분이 높아 유동성이 적고, 저평가된 주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대표도 섭외했습니다. 주가가 오른다고 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작전이 실패할 수도 있겠죠. 대주주는 작전이 성공할 때까지 버티고 있으면서 개미들을 쫓아오게 만드는 역할을 맡습니다.
주가를 올릴 재료는 '인수합병'이었습니다. 그들은 물에 타면 구정물도 1급수로 만드는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회사를 섭외했습니다. 신약개발, 환경기술 등은 여전히 작전세력의 단골 테마죠.
작전세력은 다양한데요. 일단 개인투자자인 주인공(강현수)이 조금씩 물량을 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쩐주는 패밀리오피스 PB인 유서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패밀리오피스는 '양심불량자를 위한 은행'입니다. 세금을 내기 싫은 졸부, 비자금이 넘치는 정치인들의 자금을 철저한 비밀 속에서 운용해 주는 곳입니다. 여전히 이같은 패밀리오피스는 성행하고 있고요.
외국계 펀드매니저와 증권방송에 나오는 유명한 애널리스트도 섭외합니다. 애널리스트는 방송에 나와서 "이 회사를 주목하세요"라고 말해 개미를 끌어모읍니다.
이 판의 그림을 짠 사람은 조민형과 조폭 출신인 캐피탈사 대표(황종구)입니다.
이들은 바이오 벤처기업과 합병 공시를 내고 주주총회까지 보름간 주가를 올릴 계획을 짭니다. 5배 정도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던져 차익을 실현하기로 했습니다.
작전이 시작되고, 주가는 연일 상승했습니다. 그러자 금융감독원은 거래량은 늘어나는데 감리지정 요건을 이상하게 피해가는 대산토건의 움직임을 주목합니다.
이처럼 주가가 너무 오르니 의심을 살 수 있겠죠. 이들은 며칠 주가를 하락시켜 잔챙이 개미를 털기로 합니다. 그럼 어떻게 주가를 다시 올릴까요? 이때 외국계 펀드 매니저(검은머리 외국인)가 등장해 주식을 매수합니다. 개미들은 외국인의 매수세에 솔깃해 다시 따라 붙었습니다.
통정거래가 시작된 것입니다. 시간과 거래량을 맞춰 작전 세력(A, B, C)끼리 주식을 돌리는 건데요. A가 B에게 가격을 붙여서 주식을 넘기면, B는 C에게 다시 줍니다. 그리고 C는 A에게 다시 돌리고요. 이러면 주식은 가격은 오르는데 이들 안에서만 돌게 됩니다. 개미들은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나죠. 그렇게 세력이 원하는 가격이 오면 싸악 빠집니다. 개미들은 매도량을 모두 받아내며 고점에 물리게 됩니다.
주가가 쭉쭉 올라가자 세력들은 조금씩 분열하기 시작합니다. 회사 대표, 패밀리오피스 PB가 각각 강현수를 찾아와 지분을 팔기 전에 미리 말을 해달라고 합니다. 황종구 역시 배신을 계획하고 있고요.
결국 회사 대표의 배신에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 칩니다. 대주주가 팔고 나간 악재가 터지니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작전 세력의 물량을 받아줄 개인의 매수세도 사라집니다.
그들은 이른바 '설거지' 전문 우박사를 섭외합니다. 그는 '하따(하한가 따라잡기)'를 전략으로 가져왔습니다. 연일 하한가로 내려간 종목에 가짜 매수 주문을 넣으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 개미들이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하따는 인생 막차 탄 개미들이나 하는 짓이야. 바닥 친 주식은 반드시 다시 오른다고 믿는 바보 심리지. 이놈들에게 물량 다 넘기고 빠지면 게임 끝이다"
이들이 매집 후 주식을 매도하려는 순간, 주가가 급등합니다. 강현수의 새로운 판이었는데요. 알고보니 회사와 인수·합병한 바이오 벤처기업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이었고, 이러한 소식이 시장에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입니다. 황종구 일당은 매도 타이밍을 고민하다가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주가 조작 세력은)잡혀도 잠깐 살고 나오면 부자가 되어 있을 거다. 추징금은 안 내도 그만인데 누가 무서워하냐"고 말하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어떤가요? 14년 전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과 너무 똑같지 않나요? 탐욕으로 쌓아올린 주가는 결국 배신으로 곤두박질쳤고, 일부 세력들은 주식을 팔지 못해 큰 손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이에나처럼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하따'도 여전하고요.
무엇보다 여전히 주가 조작 세력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누군가는 감방에 잠시 살고 나와도 부자가 되어있겠죠. 그러니 한탕을 노린 이러한 범죄가 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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