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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번엔 '친환경 항공유' 규제..K항공 비상 걸렸다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2 16:27

수정 2023.05.02 22:46

지난해 1월 31일 한 직원이 에미레이트 항공 B777-300ER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지난해 1월 31일 한 직원이 에미레이트 항공 B777-300ER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유럽연합(EU)이 지정한 연도별 항공기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화 비율
연도 비율
2025 2%
2030 6%
2035 20%
2050 70%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이 최근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을 의무화하는 ‘리퓨얼EU’(REFuelEU) 법안을 최종 합의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2025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야 하는데, 기존 항공유보다 최대 5배 가량 비싸 항공사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관련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정유사가 한 곳도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할 실정이다.

■2025년 친환경 항공유 규제 시행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회원국 등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리퓨얼EU에 합의했다.
해당 법안은 2025년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사용 비율을 최소 2%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그 비율을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SAF는 폐식용유, 생활 폐기물, 동물성·식물성 기름 등 친환경 연료로 만들어진 항공유다.

국내 항공사들은 비상이다. SAF가 기존 항공유 대비 2~5배가량 비싼데다 의무 도입까지 남은 시간은 2년 남짓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SAF가 기존 항공유 대비 2~5배 비싸기 때문에 (SAF를 도입하면) 항공사의 재정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 편익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SAF를 만들 수 있는 기반시설이 아직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국내 항공사들은 SAF를 전량 수입하게 되고, 환율 뿐만 아니라 항공유 가격 등 변동성에 다수 노출되게 된다. 다만 현재 일부 정유사는 6개월 정도면 SAF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현재 유력하게 보고 있는 방법은 해외 SAF를 사와서 희석하는 것”이라며 “현재 국내 수요가 없어서 시행을 못하고 있지만 반년 정도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국내 항공업계 '속수무책'
항공사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리퓨얼 EU 법안에 대처하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다. 그나마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6월 국내 정유사 HD현대오일뱅크, 지난해 글로벌 정유사 쉘과 SAF 관련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SAF 공급이 가능한 해외 공항 출발편에 대해 사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작년 2월부터 국적 항공사 최초로 정기 노선인 파리~인천 구간에 지속가능 항공유를 사용해 운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정부, 정유사, 공항 등과 국내외 도입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SAF 사용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월 글로벌 정유사 쉘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SAF 공급망 확보 및 국내 도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나머지 항공사들은 차세대항공기 도입, 운항 효율화 등에 집중하고 있을 뿐 실직적인 SAF 도입은 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항공업계는 SAF 사용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항공사 관계자도 “현재 높은 가격과 생산시설 부족으로 예상 수요 대비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법제화가 돼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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