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광범위한 압수수색, 사생활 침해 심각 수준"…檢 "수색을 압수로 오해" 반박(종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2 16:34

수정 2023.05.02 16:36

[촬영 이율립]
[촬영 이율립]

[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정 판사가 사건 관계자를 대면심문할 수 있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검찰 등 수사기관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판사들 사이에선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메일과 카카오톡 대화 등 사실상 모든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 있는 영장이 남발되면서 국민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전날 '압수수색 영장 실무 관련 논의를 위한 영장전담법관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압수수색영장 실무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전국 영장전담판사들이 화상으로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전자정보 및 그 저장매체의 특수성상 압수·수색영장 발부 단계에서 적절한 통제가 필요했던 사례들을 공유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날 발제를 맡은 법원행정처 형사지원심의관 정재우 판사는 최근 휴대전화, 컴퓨터, 서버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반화되면서 시민의 사생활 침해 위험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법원에 의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정 판사의 주장이다.

그는 발제에서 압수수색 대상이 된 사내변호사 A씨의 실제 사례를 들었다. A씨는 그가 입사하기도 전인 대주주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 대상이 된 사례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압수 물건'은 '본건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파일(이메일 포함), 내부 메신저 및 이메일 송수신 자료,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 등이 범위로 한정됐으나 실제는 달랐다.

수백개의 정보저장매체, 수백만 건의 파일에 대해 현장에서 선별절차를 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수사기관이 모두 복사를 해 간 정보가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알 수 없다는 취지다.

A씨 사례는 사실상 '모든 것'을 압수할 수 있는 영장이 발부되고 있고, 이는 범죄에 관여한 바 없는 사람들의 내밀한 정보까지 압수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정 판사는 지적했다.

정 판사는 "수사기관이 입수한 정보가 어떠한 방식으로 보관되는지, 무관 정보가 제대로 폐기되는지 알기 어렵다"라며 "'압수 한 번 당한 사람은 평생 불안함에 떨며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쁜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 만으로는 이러한 침해를 정당화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2011년 10만8992건에서 지난해 39만6671건으로 3.6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발부율도 87.3%에서 91.1%로 늘었다.

이런 현실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요건과 대상, 범위 등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거나 추가 심리를 실시할 방법이 없고 *지나치게 광범위해 적정한 범위 선별이 필요한 경우 등을 들어 사전심문 제도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정 판사는 "압수수색의 필요성은 대체적으로 인정되나 적정한 압수 범위가 불분명한 사안에서, 단지 적정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영장 청구를 기각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며 "결국 기각보다는 발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과도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도 도입 이후 강제수사 정보가 사전 유출될 수 있다는 검찰 등의 반발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그는 "압수수색은 늘 사악하고 계획적인 범죄자에 대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증거인멸 우려가 큰 범죄자에겐 다소 (범위가) 넓은 영장을, 그렇지 않은 피의자에겐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적절히 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공유된 의견을 정리해 향후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개선 방안 마련 및 추진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법원 분위기에 검찰은 "압수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수색(탐색)을 압수와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고 수색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대검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포털 사이트 가입 인적사항, CCTV 영상 등 과거 영장 없이 수집했던 증거에 대해서도 현재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게 되면서 영장 발부 건수가 증가된 것"이라며 "수사기관 활동에 대한 법원 통제는 오히려 강화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이 낮은 이유는 영장에 대해 소명자료가 부족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보완수사요구 또는 영장 기각 등으로 철저하게 사법통제를 한 것에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압수 전 전자정보의 탐색 과정에서 범죄사실과 무관한 정보가 압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미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어 있고, 피압수자의 참여는 실무상 확립되어 있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대검은 "압수영장 발부 단계에서 판사가 수사기관이든 참고인이든 불러서 대면 심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압수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정을 미리 예측할 수 없다"면서 "사전에 전자증거의 압수 범위나 방법을 제한하는 것 또한 기술적으로 불가능함에도 대면심리제를 도입하는 경우 마치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전자정보 압수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