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신이 고깃덩이로만 보였어요"..2년 만에 그만둔 장례지도사의 고백

임우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3 07:14

수정 2023.05.03 10:23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감정 안 들기 시작"
커뮤니티에 고충 토로한 전직 장례지도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장례식에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장례지도사로서 2년간 일한 남성이그만 둔 이유를 밝히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23일 올라온 전직 장례지도사 A씨의 사연이 게재됐다.

이날 A씨는 "말 순화해서 장례지도사지, 장의사다. 염하는 사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직업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기계가 사람 직업을 대신한다고 해도 사람이 가는 임종 길을 '사람한테 맡길래? 기계에 맡길래?' 물어보면 유가족 대부분은 사람 손을 선택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장례지도사를 직업으로 고른 뒤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들었다고 밝혔다. 장례 업무 특성상 고인의 가족·지인들의 곡소리를 매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이 부분을 조심했다. 발인할 때 유가족들이 시신 지나가면서 울고, 이런저런 말 건네는 거 최대한 무시하고 공적으로만 대하려고 노력했다"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적응되고 나서는 문제가 없었다. 이후부터는 아무 감정이 안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감정이 무뎌져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감정이 안 들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염해야 할 시신들이 들어와도 그냥 고깃덩이, 마네킹 같은 거로 보이기 시작했다. "종종 사고사당해서 시신이 참혹한 상황을 봐도 귀찮은 일거리로 보이기 시작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위층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 혹은 고인의 지인들이 우는 소리, 감정이 격해져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도 '시끄럽네' 같은 마음만 들었다. 그걸 내가 스스로 깨닫고 나서는 무서워서 더는 일 못 해 먹겠더라. 그래서 그만두고 나왔다"라고 고백했다.

A씨는 끝으로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진 모르겠지만, 막노동해도 장례지도사 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라며 글을 마쳤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장례지도사가 별일 아닌 것 같아도 아무나 못하는 것 같다", "적성에 맞는 직업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오히려 지나친 감정이입이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자료사진. pixabay
자료사진. pixabay

한편 장례지도사는 최근 20~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에서 장례지도사 자격을 딴 711명 중 42.3%(301명)가 20~30대로 나타났다. 2020년 32%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청년 취업난 속 '웰다잉(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장례지도사를 전문직으로 보고 다가서려는 젊은 층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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