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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미국산 가격 30% 인상… 삼성, 고객사 확보 기회 잡나 [반도체 반등 절실한 삼성전자]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3 18:22

수정 2023.05.03 18:22

美 공장 2024년 하반기 가동
4~5나노급 칩 가격 올릴 예정
삼성도 가격 인상 압박 크지만 퀄컴·AMD 물량 수주 나설듯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반도체 칩 가격을 30%가량 높게 받기로 하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삼성전자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인건비, 원자재 가격, 전기·수도료 등 생산비용이 크게 높아지자 고객사에 인상분을 전가한 것으로, 업계 2위 삼성전자의 동참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만 삼성전자가 고객사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가격인상을 최소화해 수주물량 확보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SMC, 비용부담에 칩 가격 인상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오는 2024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서 양산되는 4~5나노급인 N4·N5 공정 칩의 가격을 대만 공장 제품 대비 20~30% 인상할 예정이다. TSMC는 소니·덴소와 합작해 일본 구마모토현에 설립 중인 파운드리 공장에서 양산될 28·22·16·12나노 등 구형 공정 칩 가격도 10~15% 올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 같은 가격정책을 통해 53%의 총마진을 유지할 계획이다.


TSMC가 고객사 이탈 가능성에도 가격인상을 결정한 건 글로벌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미국 내 생산비용이 크게 치솟은 영향으로 보인다. TSMC의 시장 지배자급 영향력도 거침없는 가격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들이 TSMC 발주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등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슈퍼갑'으로 불린다. 주문생산 방식인 파운드리 사업은 정해진 물량만 생산할 수 있는데, TSMC는 현재 들어오는 고객사 주문도 전부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등 첨단산업 성장에 발맞춰 파운드리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가격을 올릴 요인은 충분하다.

■삼성, 가격 우위로 고객사에 손짓하나

파운드리 초미세공정 분야에서 TSMC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가중되는 비용부담에 가격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건립비용은 당초 예정된 170억달러보다 80억달러 증가한 2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일단 가격인상을 최소화하며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초미세공정 기술력, 수율(양품 비율) 등에 대한 고객사 신뢰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4나노 수율을 안정궤도에 올리며 생산능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


TSMC는 전사 매출 4분의 1가량을 책임지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20~30% 가격할인 등 우대정책을 유지하는 반면 퀄컴, 인텔, 엔비디아, AMD 등에는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며 팹리스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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