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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아프간' 언론사 300개 문 닫았다...기자 5000명 실직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4 14:41

수정 2023.05.04 14:41

탈레반 병사들. /사진=뉴시스
탈레반 병사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집권한 뒤 현지 언론사 300여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프간 언론사가 대거 문을 닫은 이유는 탈레반이 도입한 새 언론 규정과 탄압, 경제적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20년 만에 아프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과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톨로뉴스는 아프간 미디어 단체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현지 언론사 300여개가 문을 닫았고, 아프간 기자 약 5000명이 실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에 따르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기 전 547개 언론사가 활동했고, 언론인 수도 1만1857명에 달했으나 탈레반이 재집권하고 미디어 인프라가 급속히 붕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언론인의 수는 지난 2년간 64%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아흐마드 샤 파나 아프간기자협회장은 "아프간 34개 주 가운데 현재 22개 주에는 여성 언론인이 없고 나머지 12개 주에서도 여성 언론인의 활동은 매우 미약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탈레반은 집권 후 새롭게 도입한 언론 규정을 통해 이슬람에 반하거나 국가 인사를 모욕하는 보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관료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나 대중의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도 보도하지 않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TV 여성 진행자에 대해서는 얼굴을 가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언론행사 폭탄 공격으로 부상한 기자들 /사진=연합뉴스
아프간 언론행사 폭탄 공격으로 부상한 기자들 /사진=연합뉴스

현재 아프간에서는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구금되거나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언론인들은 탈레반 집권 후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호자툴라 무자디디 아프간독립기자협회장은 "동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보는 제때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언론에 협조하는 탈레반 대변인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당시 샤리아(이슬람율법)를 앞세워 공포 통치를 펼친 바 있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과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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