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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퓨얼, 탄소중립 또 다른 대안될까?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9 05:00

수정 2023.05.09 05:00

[파이낸셜뉴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인공 합성 연료 ‘이퓨얼’이 주목받고 있다. 이퓨얼은 전기 기반 연료(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다. 이퓨얼은 연소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만, 이미 공중 중에 포함된 탄소를 잡아다가 쓰기 때문에 탄소 순배출은 '0'가 되는 연료다. 특히 전기·수소차 등이 보편화되기까지 기존 내연기관차의 탄소배출량과 운영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다 배터리로 전환이 어려운 비행기, 대형선박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이 때문에 독일,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도 '이퓨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100년전 기술에서 '친환경 기술'로 주목

이퓨얼은 1925년 독일에서 개발된 피셔-트로프슈(Fischer-Tropsch) 공법을 이용한다.
설비 투자만 이뤄지면 어렵지 않게 이퓨얼을 만들 수 있다.

당시 독일은 석유 자원이 부족했는데, 이를 석탄으로 대체하기 위해 석탄을 물(H₂O)과 산소(O₂)에 반응시켜 얻은 합성가스를 촉매를 사용해 액체상태의 탄화수소로 만들었다. 이 방법은 이후 천연가스를 원료로 디젤연료를 합성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Shell)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소르(SASOL) 등이 아직도 활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합성연료는 2차 세계대전 뒤 값싼 석유가 보급되면서 점차 잊혀졌다. 세계 패권을 잡은 미국과 러시아는 자국에 풍부한 석유를 놔두고 합성연료 개발에 힘을 쏟을 이유가 없었다. 1970년 석유파동 당시에도 잠깐 주목을 받았으나 여전히 석유의 생산단가가 더 저렴하다는 점에서 금새 인기는 사그러들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가 주목받고, 이를 위해 탄소중립이 각광을 받으면서 이퓨얼은 '친환경 연료'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석탄을 사용했던 개발 초기와 달리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한다는 점에서 탄소 순배출이 '0'가 되기 때문이다.

배터리 사용이 어려운 분야 사용 가능

이퓨얼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배터리 사용이 어려운 내연기관에서 탄소중립을 지키는 에너지원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를 화물과 함께 싣고 운행해야 하는 항공기·대형선박 등은 현재 석유 등의 연료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어렵다. 서울-뉴욕을 오가는 항공기는 편도 비행 때 연료 무게만 총 중량의 절반인 약 150t에 이른다.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배터리에 담으려면,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120배 무거운 1만9000t 무게의 배터리를 실어야 한다.

최근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불안도 이퓨어 기술 개발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달리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광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이들 광물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공급리스크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이퓨얼의 역할이 주목된다. 수송 동력원이 전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천재지변·정전·전시 상황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용 차량을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군용 차량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다.

韓·日·유럽, 연구에 박차...관건은 가격

이런 이유로 유럽·일본 등에서는 정책적으로 이퓨얼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항공기의 경우엔 배터리 방식의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퓨얼 혼합 의무화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6월 향후 10년간 이퓨얼 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40년까지 상용화를 마치고, 2050년에는 이퓨얼 공급 가격을 휘발유 가격 이하로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의 이퓨얼 연구 상황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1년 이퓨얼 연구회를 발족해 전문가들과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현대오일뱅크는 덴마크 할도톱소와 친환경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이퓨얼 공동 개발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도 2019년 '기초선행연구소 (IFAT)'를 설립 후 이퓨얼 제조기술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기술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이퓨얼의 가격이 현재 국제유가에 비해 2배 넘게 비싸다는 점이 상용화의 난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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