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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인구 국가된 인도, 제조업에서도 중국 넘본다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2 05:00

수정 2023.05.12 07:02


지난 4월18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인도의 첫 애플스토어 개점식에 참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입장하는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AP뉴시스
지난 4월18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인도의 첫 애플스토어 개점식에 참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입장하는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4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된 인도가 제조업에서도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이미 제조시설을 두고 있는 서방기업들이 추가로 예비 제조기지를 물색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인도가 그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제조업에서 독보적 존재였다. 그러나 중국내 노동비가 상승하고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 요구, 미중 무역 전쟁,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외국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노동력과 내수 시장 규모에서 중국과 맞먹는 국가이자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으며 인도 정부는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印, 애플의 제품 증산에 기대
지난해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제한없는 우정을 선언하자 외국 기업들은 중국 의존 줄이기 속도를 높여왔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우방이나 동맹국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을 추진하면서 인도도 수혜를 받고 있다.

지난 2020~2022년 사이 인도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연 평균 420억달러(약 55조4800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수출 제조업 규모는 지난 2021년 중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나 멕시코와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신흥시장(EM) 국가들을 앞지르고 있다.

전자제품은 가장 수출이 크게 증가한 품목으로 2018년부터 올해 3월 사이에 230억달러(약 30조3900억원)로 3배 증가했다.

인도에 두드러지게 베팅하고 있는 기업으로 애플이 눈에 띄고있다. 지난 15년간 중국에서 아이폰을 비롯한 주력 제품을 생산해온 애플은 인도에 기대를 걸고있다. 애플은 2017년부터 인도에서 저가 아이폰 제품을 조립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아이폰14 생산에도 들어갔다.

주로 중국에서 아이폰을 위탁 생산해온 대만 기업 폭스콘은 인도 첸나이 공장 증산을 통해 2024년까지 생산량을 현재의 600만대에서 2000만대로 늘리고 근로자 고용도 현재 보다 약 3배 많은 10만명 가까이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콘은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와 하이데라바드에서도 공장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

시장연구 기관들은 인도가 지난 2016년 세계 휴대폰의 9%를 제조했으나 올해 19%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간은 오는 2025년이면 아이폰의 4분의 1이 인도에서 생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는 애플의 투자와 생산이 다른 외국 기업들의 진출을 촉진시켜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부 타밀나두주 스리페럼부두르의 산업공단을 대표적으로 외국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인도 내수시장용 가전과 자동차를 생산하던 이곳에 다국적 기업들이 진출해 완구와 신발에서부터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용 터빈에 이르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주요 풍력 터빈 생산업체 중 하나인 덴마크 베스타스가 지난 2021년 이곳에 공장 두곳을 짓기로 한 것은 인도 시장이 세계 2위가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봉쇄령을 계기로 중국으로부터의 다변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베스타스 인도 법인 이사 찰스 맥콜은 “중국이라는 한 바구니에 달걀을 전부 담아서는 안된다”며 인도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베스타스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85%는 인도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印 보호주의적 정책 더 버려야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생산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아직 가난하고 기술이 없는 노동 인구가 많고 미개발된 인프라, 규제 같은 환경이 개선돼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제조업을 촉진시키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운동을 시작하면서 항만과 철도, 공항, 전기시설 건설을 늘려왔다.

인도는 세계은행의 기업 환경 평가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글로벌 혁신 지수에서 상승하고 있으며 여러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왔다.

그러나 중국과의 다른 점은 중국이 특별경제구역에 들어오는 외국산 부품이나 기계에 대한 관세를 낮춰주는데 반해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에 따라 자국산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는 등 아직도 보호무역주의적인 면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인도와 벤처 사업을 시도했다가 지난해 일부를 접어야 했다.

모디 총리의 경제 고문을 지낸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안이 중국 문제가 없었더라면 애플이 인도 투자를 늘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지난 4월16일(현지시간) 인도 아메다바드의 나렌드라 모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 프리미어리그 크리켓 경기가 끝난후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월16일(현지시간) 인도 아메다바드의 나렌드라 모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 프리미어리그 크리켓 경기가 끝난후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1위 인구대국된 인도, 젊은층이 강점
현재 인구가 약 14억1800여만명인 인도는 지난 4월 유엔의 인구 집계가 시작된 195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정상에서 밀어냈다.

인도의 인구 증가폭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수십년 동안 늘면서 2064년에 17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하루 평균 출생 신생아 수는 8만6000명으로 4만9400명인 중국을 앞지르고 있다.

인도인의 3분의 2는 경제 개방이 실시된 1990년대 초기 이후 출생했다.

현재 인도의 평균 연령은 29세로 앞으로 20년간 많은 젊은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1980년대부터 실시된 1가구 1자녀 정책의 결과 인구 감소는 물론 고령화가 확산되고 있다.

남아선호로 성비 균형도 깨지면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출산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 당국의 출산 장려 노력에도 앞으로 20년동안 인구가 약 10% 감소하고 금세기안에 10억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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