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미국 3대 버거 맛은 어떻게 다를까? [이환주의 생생유통]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2 05:00

수정 2023.05.12 05:00

[파이낸셜뉴스]
오는 6월 오픈을 준비 중인 파이브가이즈 1호점 외관.
오는 6월 오픈을 준비 중인 파이브가이즈 1호점 외관.


#. 중학생이던 지난 1990년대 후반, 생일이던 친구를 따라가 롯데리아에서 먹어본 '불고기버거'는 요즘 말로 '존맛탱'이었다. 당시 맛있었던 군것질거리라곤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파는 떡꼬치나 피카츄 튀김 정도였고, 그마저도 어쩌다 먹었다. 달큰한 불고기 소스에 부드러운 빵과 패티, 야채가 어우러진 불고기 버거는 말 그대로 '맛의 신세계'였다.

그로부터 25년 가까이 지난 지금, 햄버거는 많은 변천사를 겪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맘스터치, 노브랜드버거 등 프랜차이즈 햄버거는 물론 영국 셰프 고든램지가 한국에 선보인 햄버거는 버거 하나의 가격이 14만원이나 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인앤아웃'도 한국에 이미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앞두고 있거나 진출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황이다.


쉐이크쉑은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그룹이 2016년에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 당시 SPC그룹 3세인 허희수 마케팅전략 실장이 5년간의 준비 끝에 도입했고 대성공했다.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그룹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오는 6월에 강남에 첫 매장 문을 열 예정이다. SPC와 한화갤러리아 측에 미국 3대 버거의 경쟁사 분석 자료, 특징과 장점 등을 요청해 봤다. 내부적으로 자료가 있겠지만 양사 모두 타브랜드에 대한 언급에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미국 3대 버거로 알려진 인앤아웃,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유튜브 채널 맛있는 생각 캡처
미국 3대 버거로 알려진 인앤아웃,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유튜브 채널 맛있는 생각 캡처

쉐이크쉑, 밀크셰이크와 감튀는 못 참지

쉐이크쉑은 SPC그룹 허희수 부사장이 2016년에 도입해 온 파인캐주얼 브랜드다.

허희수 부사장은 2011년 뉴욕 매디슨 스퀘어의 쉐이크쉑을 방문했다가 제품의 맛과 활기찬 분위기에 매료됐다. 허 부사장은 쉐이크쉑 최고경영자인 랜디 가루티를 만나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끈질긴 노력으로 설득한 끝에 국내 굴지의 수많은 기업을 제치고 SPC가 독점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다.

한국 도입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6년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쉐이크쉑 1호점은 오픈 5일 만에 햄버거 1만5000여개를 팔아치웠다.

매장 앞에는 수백명의 대기 줄이 생기고 한 두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햄버거로 뉴스에도 나왔다. 당시 서울 강남점의 매출은 전 세계 100여개가 넘는 매장 중 가장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쉐이크쉑의 대표 버거 메뉴는 오리지널 쉑, 스모크쉑, 쉑스텍 등이 있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쉐이크쉑의 시그니처메뉴는 녹진한 밀크셰이크와 거기에 찍어 먹는 굵은 감자튀김이다.

쉐이크쉑 코엑스점
쉐이크쉑 코엑스점

쉐이크쉑의 강점 중 하나는 캐주얼하고 트렌드를 앞서 나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막걸리 밀크셰이크와 한국식 불고기버거를 한정 출시하는 등 젊은층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미국 쉐이크쉑 본사 역시 SNS에 특화된 버거 디자인과 인테리어에도 큰 신경을 쓴다고 한다. 일례로 미국 매장의 경우 반려견 한테 줄 수 있는 간식인 도그 비스킷을 약 6000원 정도에 판매한다고 한다. 다만 쉐이크쉑의 약점으로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꼽힌다.

SPC 관계자는 "지난 수십 여 년 간 패스트푸드와 프리미엄 수제버거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던 한국 시장에 ‘파인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식품 카테고리를 도입했다는 면에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파이브가이즈, 땅콩 무제한에 통감자 감튀

파이브가이즈는 오는 6월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에 국내 1호점을 열 계획이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4월 24일부터 이틀동안 홍콩에 있는 파이브가이즈 매장 2곳에서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버거 만들기 실습에 참여했다. 국내 1호점 정잠과 한국 파이브가이즈 주요 직원들도 홍콩에서 6주간 실무교육과 테스트를 거쳤다. '파이브가이즈'는 창업자와 그의 아들 4명이 모두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5명의 사내들'이라는 뜻을 지니게 됐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지난 4월 말 홍콩 파이브가이즈 매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토핑을 조합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지난 4월 말 홍콩 파이브가이즈 매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토핑을 조합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땅콩이다. 미국 현지 모든 파이브가이즈 매장에서는 햄버거를 시킨 고객이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땅콩이 비치된다. 또 모든 햄버거의 재료를 땅콩기름으로 튀겨서 만든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에 두통약 대신 파이브가이즈 햄버거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면서 '오바마 햄버거'라고 불리기도 한다.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주문하는 방식이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서브웨이'와 흡사하다. 주문할 때 토핑을 빼거나 추가할 수 있다. 보통 '올 더 웨이'라고 모든 토핑을 다 넣어서 주문하고 안 먹는 재료를 일부 빼서 주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주문한 햄버거를 은박지에 싸서 주는게 특징인데 은박지 안에서 채소의 물이 흘러나와 햄버거의 모양이 망가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감자 튀김의 경우 통감자를 현장에서 잘라 바로 튀겨주는 게 특징이다. 미국 3대 버거 중 가격대가 가장 높다.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인앤아웃 버거의 팝업스토어가 개장한 지난 2019년 5월22일 서울 강남구의 음식점 '바비레드'에서 행버거를 맛보려는 시민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뉴시스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인앤아웃 버거의 팝업스토어가 개장한 지난 2019년 5월22일 서울 강남구의 음식점 '바비레드'에서 행버거를 맛보려는 시민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뉴시스

인앤아웃, 가성비 갑이지만 한국 진출 안해

인앤아웃 버거는 미국 서부에 주로 매장이 있다. 미국에서는 서부의 인앤아웃, 동부의 쉑쉑과 파이브가이즈로 불린다. 인앤아웃의 강점은 첫 번째로 가성비가 꼽힌다.

기본 치즈버거가 3달러 중후반 대로 7~9달러인 쉐이크쉑, 10달러 정도인 파이브가이즈와 비교해 저렴하다. 맥도날드 빅맥이 6.5달러 정도인데 그것보다 저렴하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모든 재료를 냉동을 쓰지 않고 냉장 재료만 사용한다고 한다. 음식도 주문이 들어와야 만들기 시작해 '패스트 푸드'보다는 '슬로우 푸드'에 가깝다. 회사의 정책이 엄격한 품질 관리에 있어 매장의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고, 한국 진출도 이러한 이유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앤아웃의 대표 메뉴는 치즈와 패티를 각각 2장씩 넣은 '더블더블'이다.
취향에 따라 치즈와 패티를 각각 3장, 4장씩 넣은 버거도 주문할 수 있다. 미국에서 콜로라도 지역에 첫 인앤아웃 버거 매장을 열었을 때 14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줄이 길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2019년 5월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이 인앤아웃의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당시에도 손님들이 인앤아웃 버거를 맛보기 위해 긴 줄을 만들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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