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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약, 효과적 사후치료 절실하다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5 13:34

수정 2023.05.15 13:34

[파이낸셜뉴스] “처음 갔던 교도소에서 마약 인맥을 다 쌓았습니다.”
마약 사범이었던 A씨. A씨가 약에 손댄 것은 20여년 전. 고등학생 때였다. 동네 형들이 마약성분이 들어간 감기약을 권했다. 거부하자 형들이 ‘쫄보’라고 놀렸다. 그러다 호기롭게 감기약을 삼켰다. 별일 아니었다.
“맛이 간다”는 신체 반응도, 금단현상도 미미했다. TV나 뉴스에서 보는 것과는 달랐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형들이 대마초를 건네줬다. 별거 아니었다.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뒤이어 엑스타시, 케타민, 필로폰 등이 그에게 왔다.

그가 마약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건 그 이후다. 마약을 하면 자의든 타의든 결국 수사기관에 적발된다. 사고를 치거나, 누군가 자신을 잡으러 온다는 망각에 빠져 자수하거나, ‘작업’을 당하기도 한다. 작업이란 먼저 걸린 사람이 주변에서 마약한 사람들을 제보함으로써 자신의 형량을 낮추는 방법이다. 정식 수사과정에선 “공적 쌓는다”고 표현한다.

A씨도 이런 과정을 거쳐 법의 심판을 받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 A씨는 처음 실형을 받았지만 같은 방엔 마약전과 3범, 4범 등 중범들이 있었다. 이들이 마약 스승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교도소에서 나오자 마자 마약에 손댔다. 이른바 ‘출소 뽕’이다. 약 때문인지 그는 수사기관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망상에 시달린 끝에 경찰에 자수하고 5일만에 교도소에 다시 들어갔다. 그가 감옥 생활을 한 것만 7년 이상. 20년이 지나 겨우 타인의 도움을 받아 마약을 끊었다고 한다.

A씨는 현재 인천 약물중독치유 재활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진묵씨다. 최씨는 “과거와 달리 마약 유통경로가 다양해지고 젊은 층이 손대는 경우도 많아져 보다 적극적 논의가 필요해 유튜브 채널까지 열었다”고 말했다.

국내 청소년 마약 사범은 최근 3년 사이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마약 경험을 알리고 있는 최씨는 과거 청소년 시절 마약에 물든 대표적 사례다. 자기 의지로 끊기도 어렵거니와, 중독 되는 순간 재활시설을 스스로 찾기는 어렵다고 한다. 다시 범죄자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초범 이후부터 주기적인 사후 치료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사범은 1만8395명으로 전년 대비 13.9%가 늘었다. 청소년 마약 사범은 더 심각하다. 2017년엔 119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481명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전체 마약 사범 증가율의 10배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 유통 채널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은 마약 특별수사본부 인력을 과거 대비 10배 증원했다. 그만큼 마약 사범에 대한 효과적 단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적발만큼 예방이나 재범을 낮추는 지원 대책에도 초점을 맞추길 기대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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