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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바닥론에… 400조 팔아치웠던 기관투자자 다시 기웃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5 17:58

수정 2023.05.15 17:58

美 기관 투자자들 증시 부정 전망
1년간 주식 446조원어치 순매도
금리인하 전망에…"저가 타이밍"
자산운용사들 투자 재개 움직임
美 증시 바닥론에… 400조 팔아치웠던 기관투자자 다시 기웃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증시 흐름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지난 12개월 동안 3000억달러 이상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성적도 부진했다. 올해 1·4분기 액티브 대형주 뮤추얼 펀드 3개 가운데 1개 만이 벤치마크를 상회했다. 현재 미국증시가 저점이라는 진단이 속속 나오면서 향후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가 주목된다.

■1년간 3339억달러 순매도

14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초부터 올해 4월 말까지 12개월 동안 미국 기관 투자자들은 주식 3339억달러(약 446조624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도 280억달러(약 37조4528억원)를 주식시장에서 뺐다.


기관 투자자들이 1년 사이 400조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분석했다.

기관 투자자들의 전망처럼 실제로 증시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지난주 S&P500지수는 0.3% 하락, 올해 3월 말 이후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올해 들어 7.4% 상승한 기술주 강세 이후 미국증시가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기관 투자자들처럼 향후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개인 투자자의 41%가 앞으로 6개월 동안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9월의 최고치(61%)보다는 낮은 전망치지만 과거 평균(31%)보다 높은 수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증시에서 유일하게 순매수를 지속한 세력은 헤지펀드다. 헤지펀드들은 연초 이후 증시에서 308억달러(약 42조232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1조2000억달러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나틱시스투자매니저스의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인 잭 자나시에비츠는 "고객들과 미팅에서 (주식 상승 흐름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지만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매수 타이밍 노리는 기관

USB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마크 해펠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데이터를 살펴보면 증시에 투자할 자금이 많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달 10일(현지시간) 기준 단기금융시장(MMF)에 쌓여있는 돈은 5조3000억달러(약 7100조원)에 달한다. 해펠레는 "이런 지표는 시장의 바닥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서 리스크를 감내하고 순매수를 지속할 세력은 거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 시점을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보는 자산운용사도 꽤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투자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등을 위한 긍정적 재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기관 투자자들의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는데 미국의 금리선물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이번 가을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래퍼텡글러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텡글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몇주 동안 증시가 횡보세를 보이고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이 순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텡글러는 "시장이 약세일 때 항상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나틱시스투자매니저스의 자나시에비츠도 "증시는 하락 폭을 제한하고 호재가 나오면 시장을 손쉽게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theveryfirs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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