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공준호 기자 =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 1분기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뱅크 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식도 대부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는 지난 1분기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모기업 SVB파이낸셜그룹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한국투자공사가 이번에 처분한 SVB파이낸셜 주식 규모는 2만87주로, 지난해 말 시가 기준 약 462만달러(약 62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공사는 지난해부터 SVB파이낸셜 비중축소에 나서왔는데, 이번 매도를 통해 잔여 지분까지 전량처분하게 됐다.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KIC는 SVB 사태 발발 이전부터 미국 주요 지방은행 주식를 벤치마크 인덱스 대비 낮은 비중으로 보유했다"며 "최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유 비중을 더욱 낮췄다"고 설명했다.
총자산 2090억달러(약 275조원) 규모로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금융사였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지난 3월 초 뱅크런(예금인출) 사태로 파산한 뒤 결국 3월 말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됐다. 현재 해당 주식은 장외거래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거래일 종가기준으로 주가는 0.48달러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최근 1년 주가 하락률은 99.89%에 달한다.
한국투자공사는 SVB사태 직후 대규모 인출사태를 겪고 파산한 또 다른 은행인 시그니처뱅크 주식 9만1843주(지난해 12월 말 기준 시가 1058만2150달러, 약 140억원)도 1분기 전량매각했다. 2월 말 기준 110달러선에 거래되던 시그니처뱅크 주가는 현재 장외시장에서 0.12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SVB와 시그니처뱅크에 이어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도 1분기 대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량매각이 아닌 13만7853주(2022년 말 기준 1680만2902달러, 약 225억원) 가운데 11만466주를 팔아치워 3월 말 기준 2만7387주(약 38만3144달러, 약 5억원)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SVB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3월8일까지만 해도 11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폭락세를 보이면서 한달도 안 돼 주가가 90% 넘게 빠졌다. 지난 5월 상장폐지된 퍼스트리퍼블릭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0.39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파산은행 주식 매각 시점에 따라 한국투자공사의 손실규모는 크게 갈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SVB 사태가 터진 3월 7~10일 부근을 기점으로 주가가 하루만에 50% 이상 빠지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규정상 특정일에 대한 매매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공사는 외환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국부를 증대시키는 목적으로 지난 2006년 출범한 국내 유일의 국부펀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위탁받은 외화를 해외에서 운용한다. 한국투자공사는 2021년 말 기준 순자산가치로 2050억달러(약 270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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