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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원 참사, '살아남은 자의 슬픔'...'5개월간 6000명' 트라우마 상담받아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7 16:26

수정 2023.05.17 16:26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태원참사 발생 200일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들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2023.05.16. suncho21@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태원참사 발생 200일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들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2023.05.16. suncho21@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A씨(30)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현장을 목격한 이후부터 지난 2월까지 매주 1번씩 집중 상담을 받았다. 그는 참사에 관한 환영을 보기도 하고 "내가 죽으면 어쩌나"하는 불안이 밀려와 불면증에 시달렸다. 점차 '지금 나는 괜찮은 상태가 아니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며 도움 받은 덕분에 차츰 평온을 되찾고 있다. A씨는 "아직 이태원 근처를 지나기도 겁난다"며 "트라우마는 지워지는 게 아니라 옅어지는 상처"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5개월 동안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심리 상담을 받은 사람이 60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참사 직후부터 지난 3월까지 이태원 참사 통합심리지원단에 신청된 상담 건수는 총 6378건이다. 월별로 보면 △11월 4283건 △12월 1046건 △1월 675건 △2월 270건 △3월 104건이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는 전문가 심리 상담을 마친 피해자를 권역별 트라우마센터 등 지역 기관과 연계해 지속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023 트라우마 치유주간'을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상담 수요 발굴을 도모하고 있다.

다만 실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트라우마센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 상담치료 기관들이 있고 상담을 꺼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남인석씨(81)는 "트라우마를 더 겪게 될 까 한번도 상담을 받지 않았다"며 "혼자서 이겨내려고 하지만, 마치 상주가 된 느낌을 받고 괴로워 가게도 이사를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의 여파로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접수된 전체 심리상담 건수 지난해 크게 늘어나면서 개소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심리상담 건수를 보면 △2020년 2189건 △2021년 8403건 △2022년 10714건으로 집계됐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참사 1주기까지 트라우마를 겪는 국민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누군가는 '지나간 일'이라며 무시할 수 있지만, 트라우마를 겪는 당사자들에게는 현재진행형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련해 김명현 정신의학과 전문의(연세자람정신의학과의원)는 "슬픔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는 모든 이들이 꼭 상담받을 필요는 없지만 트라우마가 오래되거나 불안·우울 등이 지속해 발생한다면 상담을 권유한다"며 "환자가 겪는 공허함과 슬픔, 상실감 등을 충분히 공감하고 받아들인다면 누구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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