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노동일 칼럼] 정치에서 ‘외교력’ 발휘를 기대한다

노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7 17:54

수정 2023.05.17 17:54

[노동일 칼럼] 정치에서 ‘외교력’ 발휘를 기대한다
"대통령에 취임한 1년 전을 생각하면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9일 국무회의 발언이다. 7~8일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이 잘한 분야로 외교성과를 꼽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72.2%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시작된 연쇄외교가 일차적 결실을 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진보 성향 응답자들도 윤 대통령의 외교력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국가적 관계 강화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친밀도가 높아진 데는 윤 대통령의 개인적 친화력이라는 '외교력'도 한몫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은 우리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한 윤 대통령의 친화력이 작동을 멈춘 사실이다. 앞서 본 취임 1년 소감은 국무회의가 아닌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는 게 더 적절한 것이었다. '과유불급'이었던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국민이 윤 대통령의 육성을 직접 들을 기회가 사라졌다. 국무회의나 비서관회의에서의 발언, 해외 언론 인터뷰로 접하는 대통령의 목소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과의 문답 혹은 적어도 대국민 담화라도 발표했어야 마땅한 상황은 여러 번 있었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일본 방문 직후였다.

한일 관계 복원과 미래지향적 외교를 택한 윤 대통령의 결단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국내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윤 대통령 귀국 후, 국내 언론과의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어야 한다.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를 이해하지만 국가지도자로서 고민을 진솔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성과를 보고하고, 국민의 승인을 얻는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장문의 소감을 밝히는 것으로 이를 대신했다. 일방통행이라면 차라리 대국민 담화가 나았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해외순방 후 으레 기자회견을 열거나 정당 지도자, 5부 요인, 7대 종단 지도자 등을 초청하여 설명 자리를 가졌다. 한일, 한미 정상회담 후 그런 루틴마저 사라졌다. 신년, 취임 1년 기자회견 등의 루틴도 마찬가지.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10퍼센트가 되더라도"라는 식의 말을 자주 한다. 결기를 밝힌 것이겠으나 옳은 일을 추진하고 이를 국민에게 올바로 알리면 지지율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이 한탄한 거대야당의 벽이나 강고한 반대세력을 돌파할 힘은 높은 여론 지지율에서 나온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것은 나무 밑에서 물고기를 낚으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내일부터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한일 정상의 히로시마 한인 위령비 첫 참배라는 의미 있는 이벤트도 있다. 귀국 후 이번에는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외교성과를 설명한다는 명분이 얼마나 좋은가. 여야 지도부, 5부 요인이나 종교지도자들과의 만남 등도 많을수록 좋다.
직접 국민을 상대로 국정 현황을 설명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말한 "잘난 척하는 행사"나 보여주기 쇼가 아니다. 외교성과를 국내 정치적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첩경이다.
이를 계기로 수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외교력'이 국내 정치에서도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dinoh7869@fnnews.com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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