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단독] 그 많던 마스크 공장 줄폐업… 85%가 좀비업체 전락 [엔데믹 시대의 '그늘']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7 18:10

수정 2023.05.17 21:29

1451곳 중 227곳만 명맥 유지
코로나때 주 2억8452만장 생산
지금은 3천만장 수준으로 급감
"정부, 피해 최소화 지원 필요"
[단독] 그 많던 마스크 공장 줄폐업… 85%가 좀비업체 전락 [엔데믹 시대의 '그늘']

경기 안양에 위치한 마스크 제조업체 A사는 몇 달째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A사는 지난 2020년 월평균 300만장의 마스크를 생산했지만, 현재는 30만장을 겨우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A사 대표는 "매달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 당시 생겼던 마스크 업체 대다수가 힘들어졌고, 이미 폐업한 곳도 많다"고 털어놨다.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경영난에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와 함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서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6월 '엔데믹'을 앞두고 업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업계에선 마스크 업체 줄도산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의약외품(보건·비말차단·수술용) 마스크 생산량을 1장 이상으로 보고한 업체는 식약처 등록업체 1451곳 중 227곳(15.6%)에 불과했다. 전체 업체 10곳 중 2곳만이 마스크를 생산하고, 나머지 업체는 문을 닫거나 마스크를 생산하지 않는 사실상 '좀비' 상태의 업체인 것이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나자 공급을 안정시키고자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통해 마스크 생산업자의 생산량 등 정보 제출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방역조치가 완화되고 마스크 공급이 안정화됨에 따라 지난 3월 이를 해제했다. 이후 마스크 수요가 지속 감소한 것을 감안했을 때 이달 기준 마스크 생산실적 보고 업체는 더욱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는 매일 제대로 공장을 가동하는 곳은 식약처에 보고된 업체보다 훨씬 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마스크 업체 대표는 "매일 공장을 돌리는 회사가 있고 중간중간 주문이 있을 때마다 공장을 돌리는 회사가 있다"며 "실제로 매일 제대로 돌아가는 회사는 실질적으로 50개도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배경엔 방역조치 변화가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2020년 초, 정부는 마스크 공급 부족에 따라 업체 설립 허가를 간소화했고 이에 따라 마스크 제조 업체는 우후죽순 생겨났다.

실제 지난 2020년 1월 137곳이었던 마스크 업체는 지난해 1월 1611곳으로 1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허가 마스크 품목도 565개에서 8050개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종료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방역조치가 단계적으로 완화되며 마스크 수요는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2020년 9월 셋째 주 2억8452만장에 달했던 마스크 생산량도 올해 3월 둘째 주 3082만장으로 89% 감소했다. 이런 탓에 코로나19 시기 줄줄이 생겨났던 업체들은 잇달아 문을 닫고 마스크 업계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전북 전주에 있는 마스크 제조업체 B사 대표는 "지난해도 기업 상황이 어려웠는데 올해는 훨씬 더 어렵다"며 "주문도 안 들어오고 마스크는 아주 소량만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준성 한국마스크산업협회 이사도 "지금 대부분의 업체가 업종 전환을 고려하거나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라며 "협회 회원사도 많을 땐 1900개사에 달했는데, 지금은 몇 개사가 남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마스크 업체 줄도산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 초기 당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마스크 수급 안정화에 기여한 만큼 정부가 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동휘 한국마스크산업협회 이사는 "코로나 초기 당시 정부에서 마스크 신규업체 허가를 완화하고 진입을 장려한 부분도 있다"며 "정부가 판로개척, 업종전환 지원 등 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조금이라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 3의 코로나 사태가 왔을 때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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