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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집주인 아닌 은행 예치"..전세 소멸? 집값은? [부동산아토즈]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0 14:00

수정 2023.05.20 22:03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전세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전세제도는 수명을 다했다”고 언급한 것. 세부 방안으로 보증금을 금융기관 등에 맡겨두는 ‘에스크로’ 제도도 거론하면서 전세제도 개편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관습처럼 뿌리내린 전세제도는 종말을 고하게 될까. 또 전세 소멸이 이뤄지면 집값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보증금 규모만 작년 1058조...은행에 맡긴다?

우선 주택 전세보증금 규모부터 살펴보자.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세보증금 규모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17년 770조원에서 2022년에는 1058조원으로 증가했다.


전세는 사적계약으로 보증금 역시 사금융이다. 전세제도 폐지 핵심은 결국 1058조원에 이르는 사금융을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 구상안 가운데 하나로 에스크로 제도가 있다. 사적금융인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 등에 맡기는 공적(?) 구조로 전환하는 것.

갭투자 방식으로 집을 매입한 뒤 돈을 모아 보증금을 갚아 집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 구조. 만약 에스크로 제도 도입을 강제하면 전세를 놓으려는 임대인들이 상당수 줄어들 것이 뻔하다.

문제는 사인간의 계약에 정부가 직접 간섭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전세는 없앤다고 없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선택토록 해야 하는 문제이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인위적으로 강제하거나 축소할 필요가 없다”며 “시장에서 필요 없으면 전세 제도는 자동적으로 소멸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제도를 손 본다고 해도 단기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시장 자율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다”고 말했다. 전세 제도을 분석하고 고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인위적인 통제나 간섭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보증부 월세는 전세? 월세?...집값 영향은


전세 제도가 소멸·폐지된다고 해도 결국 순수 월세로 넘어가기 보다는 보증부 월세 형태가 될 것이 뻔하다. 김 실장은 “결국 보증부 월세가 될 것이다. 이 역시 보증금 문제가 남는다”며 “전세가 사라져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세가 소멸될 경우 아파트 등 인기 주거 상품의 집값을 자극 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세제도 순기능 하나가 임대주택 공급이다. 법제화 되면 월세 가격은 올라갈 것이 뻔하다”며 “무주택자는 더욱 힘들어지는 반면, 월세 가격이 올라가면서 투자가치가 높은 주거상품 가격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한달에 수 백만원씩 수십 년간 월세를 내야 하는 데 그렇다면 오히려 집을 사는 게 유리해 진다”며 “장기 모기지론을 통해 대출 이자를 내는 거 더 나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전세가 소멸되면 사적 레버리지 금융 제도가 사라지면서 서울지역의 내집마련은 꿈도 못 꾸게 된다”며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실장은 “예단할 수 없지만 무자본 갭투자가 사라지면서 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있다”며 “단 우량 지역 및 상품은 가격 상승을 부추키는 요인이 되는 등 양극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세 시세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세 시세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1

임대차 개편 때마다 홍역 앓는 주택시장

전세제도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상황에 따라 때론 순기능이 때론 역기능이 부각된다. 현재는 전세사기, 역전세난, 무분별한 전세자금 대출 등 역기능이 부각되면서 전세가 이슈가 되고 있고, 해결 방안도 역기능에 맞춰져 있다.

지금도 아파트는 전세 비중이 50%대다. 자가 보급률이 높은 지방의 경우 월세 비중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를 원하는 수요도 상존하고 있다.

로또 아파트 청약을 노린 전세 수요도 있다.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고가로 전세를 사는 수요도 있고, 빌라에 살면서 청약 기회를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택값은 오른다는 믿음도 전세 제도를 지행태준 이유다.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임대차 제도 개편 때마다 주택시장은 심한 홍역을 앓는다.

실제로 과거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했을 때고 그랬고, 문재인 정부 때 새 임대차법을 도입할 때도 그랬다.
전 정부의 새 임대차법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 전문가는 “긴 호흡으로 정확한 원인 진단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것 없이, 전세 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폐지하는 것은 문제다”고 충고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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