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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이사장 "現 한국영화 상황에 우려 커…영진위, 지원책 필요" [칸 현장]②

뉴스1

입력 2023.05.21 06:02

수정 2023.05.21 06:02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5.20/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5.20/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5.20/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5.20/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칸=뉴스1) 고승아 기자 =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86)은 오랜 공직 생활 뒤 19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영화계와 본견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계의 대부'로 꼽히는 그는 1996년 부산에서 한국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생시키고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키워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난 김 이사장은 2019년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에 취임, 현재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올해 김 이사장은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76회)를 4년 만에 찾았다. 프랑스 CNC(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의 초청으로 오게 된 그는 이번에 CNC와 영화진흥위원회는 한·프 영화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고문 역할을 맡는 등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20일(현지시간 )뉴스1과 만난 김 이사장은 한국과 프랑스 영화인들을 오랜만에 만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한국영화의 성장사를 함께 써내려 온 김 이사장은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면서도 최근 한국영화 산업에 불어닥친 위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동시에 영화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낸 김 이사장은 한국영화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성을 진솔하게 전했다.


<【N인터뷰】①에 이어>


-한국영화가 정점에 올랐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최근 한국영화가 국제적으로 많은 수상을 거뒀다. 칸도 그렇고, 홍상수 감독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꾸준히 수상을 해왔다. 여기에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으로 드라마적으로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한국작품이 확산된 모습을 보면 한국영화로서는 어떤 면에서 절정에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 우려가 되는 점은,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특히 극장에서의 흥행이 부진했다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가 닥치면서 2019년 대비 1/4 수준으로 하락했고, 그나마 작년에 (2019년의) 절반 정도 회복됐지만 그 이상 회복되기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더구나 넷플릭스 같이 OTT 플랫폼이 들어오면서 중진 감독들이 극장으로 상영할 영화들을 제작을 안 하고 있다. 그동안 제작된 영화도 극장에 배급이 안 되는 상황으로 쏠리면서 중진 감독들이 드라마 쪽으로 많이 빠졌다. 그래서 극장용 영화 제작이 당분간 주춤해지고, 저조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그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게 큰 과제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쭉 해온 사람들이 홍상수,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이 있는데 이 세대를 이어서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주목할 만한 감독들이 아직 배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젊은 감독들도 극장용 영화가 안 되니까 드라마 쪽을 선호하고 있어 후속 감독들이 당분간 나오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칸에 많은 영화가 진출해 왔지만 앞으로 현 추세가 이어지는 게 아닐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현상이 아닌가 생각하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현재 관객들이 극장용 영화와 플랫폼으로 보는 영화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경향도 짙어졌다.

▶그런 것 같다. 거기에 가세한 게 극장료 인상이다. 아무래도 1만 원일 때와 1만5000원일 때, 5000원이 관람자들 입장에서는 특히 젊은 세대에선 큰 차이로 느껴지는 것 같다. 극장에서 기왕에 보려면 재밌고 SF이거나 대작 영화 등을 선호하게 된다. 작품성이 있고 괜찮은 영화는 별로 흥행이 안 된다. 그 영향을 요금 인상에서 받은 거 아닌가 생각한다. 예컨대 다르덴 형제가 만든 영화 '토리와 로키타'도 평소 같으면 관객이 많이 들어갈 영화인데 국내 개봉 이후에 상황을 봐선 기대보다는 확실히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영화계의 반응은 어떤가.

▶물론 극장료를 올린 걸 다시 내릴 수는 없을 거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좋은 영화를 만들면 극장에 온다는 측면에서 분석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결국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좋은 영화, 관객을 끌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많이 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영화가 나올 수 있게 정부, 영진위 지원책이 필요하다. 영화 제작과 극장에 각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프랑스의 경우 CNC에서 1946년부터 극장 입장료의 매출 11%가 CNC 기금으로 들어간다. 텔레비전 등 방송 매출액의 5.5%도 자동적으로 기금으로 들어가며, 새로운 온라인 매체들이 들어와도 일정 비율이 CNC로 들어간다. CNC 기금이 한해 7억 유로(약 1조 50억원)다. 그래서 이 기금으로 극장을 새로운 식으로 보수하는 등에 지원을 해준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극장이 잃어버린 관객을 되돌려 오기 위해선 극장이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관객이 편안하게 와서 다목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안락하고 편안한 극장으로 바뀌어 나가야 하고, 그러면 관객들도 더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하기 위해선 정부나 영진위에서 지원을 해줘야만 한다.

-프랑스 CNC의 모델이 현재 한국 영화산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 특히 프랑스는 영화 종주국이다. 가장 먼저 영화가 탄생한 곳이다. 그러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종주국 지위를 빼앗겼고, 그 위상이 흔들렸기 때문에 칸 영화제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면서 CNC를 설립해 무조건 극장 매출액의 11%를 기금으로 넣게 한 거다. 이후 텔레비전도 그렇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이에 대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기금으로 들어가게 하는 등 영화를 중점적으로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만큼 정부 당국자들이 영화를 보는 시안이 멀리 내다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프랑스에서도 넷플릭스가 극장 관객들을 빼앗고 있다 보니까, 프랑스 정부에서 OTT 매체의 프랑스 내 매출액 20~25%까지 프랑스 영화 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법도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다. 그만큼 영화산업은 정부 정책이 중요한데, 그게 한국의 입장에서는 부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35년간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간의 소회를 들려달라.

▶30년 공직 생활을 하고, 오래도록 영화 쪽에 일을 하다 보니까 30년이 훨씬 넘어가서 이젠 이 쪽이 정도(正道)처럼 됐다. 개인적으로 한국영화가 잘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고, 한국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선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해보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CNC에서도 어떠한 역할(고문)을 해달라고 한 것 같다.(웃음)

-앞으로 한국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상업 영화는 정부에서 특별히 지원을 안 하더라도 잘 되어 나가리라고 생각한다. 우선 지금 단계에서는 극장 관객이 너무 줄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극장으로 관객들이 돌아올 수 있게끔, 종전처럼 하기 위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동시에 예술 영화나 독립 영화가 많이 제작이 되고, 특히 배급이 되어서 상영될 수 있는 그런 구조적인 체계를 지원해 주는 것에 주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시지만, 개인적으로도 현재 영화를 찍고 계신다고 들었다.

▶2012년에 단편 영화 '주리'를 만들어서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도 했다. 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 동북부 쪽에 한국촌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그 사람들이 자기 조상이 고구려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더라. 그래서 좋은 다큐멘터리가 소재가 될 것 같아 기획 중이다. 올 겨울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가게 될 것 같은데, 가능한 한 '알 윤 마을'에 방문해 다큐멘터리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보고 찍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캠코더를 하나 사서 숙련되게 하려고 극장에 관한 인터뷰를 쭉 담고 있다. 인터뷰한 결과가 단편 다큐멘터리로 가능하다면 편집해서 만들어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
하다 보니까 재밌더라.(웃음) 다르덴 형제가 이번에 내한 왔을 때 그 기회를 노려 인터뷰를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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