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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채무한도 협상, 시나리오별 파장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1 07:52

수정 2023.05.21 07:52

[파이낸셜뉴스]
미국 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연방정부 재정지출 감축을 둘러싼 이견으로 20일(현지시간)에도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들은 마감시한 직전 막판합의가 이뤄졌던 2011년 상황보다도 이번에 더 큰 충격이 닥칠 수 있다는 우울한 분석들을 쏟아내고 있다. 케빈 매카시(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이 17일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채무한도 협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
미국 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연방정부 재정지출 감축을 둘러싼 이견으로 20일(현지시간)에도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들은 마감시한 직전 막판합의가 이뤄졌던 2011년 상황보다도 이번에 더 큰 충격이 닥칠 수 있다는 우울한 분석들을 쏟아내고 있다. 케빈 매카시(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이 17일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채무한도 협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


미국 재정적자 한도 증액 협상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정부 재정지출 감축을 놓고 백악관과 공화당 간에 거의 진전이 없는 가운데 협상 시나리오 별로 경제에 어떤 충격이 미칠지에 대한 논의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 활발해지고 있다.

합의가 지연되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이고, 설상가상으로 합의에 실패해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하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경고한 것 같은 재앙적인 결과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 국채는 글로벌금융시스템의 핵심(린치핀)으로 미국이 국채 지급의무 이행에 실패하면 심각한 경기침체와 함께 금융시장 붕괴, 금리 폭등을 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사상 최초의 미 디폴트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막판 합의


첫번째 시나리오는 협상이 양측의 벼랑 끝 대치 속에 막판에야 간신히 합의에 이르는 경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 미 경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조엘 프라켄은 이 경우 합의에 이르더라도 소비자, 투자자, 기업을 움츠러들게 만들어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진다고 평가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지는 않겠지만 이들의 경제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미 경제활동의 근간인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도 옐런 장관이 지목한 미국이 디폴트하는날, 이른바 X-데이트인 6월1일이 가까워질수록 하강할 전망이다. 2011년 미 의회가 디폴트를 불과 수 시간 앞두고 합의에 이르렀을 때에는 주가가 급락해 이후 회복에 수개월이 걸렸다고 프라켄은 지적했다. 당시 미 신용등급은 AAA에서 AA+로 강등됐다.

프라켄은 협상이 질질 끌다 막판에 합의가 이뤄지면 경기침체는 못 피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마감 뒤 합의


협상이 마감시한인 다음달 1일 뒤에 합의에 이르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막판합의보다 충격이 더 커진다. 디폴트는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금융시장에 심각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회계·컨설팅업체 언스트앤드영(EY) 수석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데이코는 6월 1일이 되면 “충격이 꽤나 급격하게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인들의 연금, 투자 계정이 갑자기 막혀버리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미 경제는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다.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

X-데이트로 지목된 6월 1일이 지나도 한 동안은 디폴트로 치닫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옐런도 마감시한으로 추정한 날짜보다 수일, 또는 수주일 지난 뒤에야 재정이 완전히 바닥 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마감시한으로 정한 날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부를 것은 뻔하다.

국채 지급 우선


마감 뒤 합의 시나리오에는 파생형도 있다. 미 정부가 사회보장지출 같은 지출을 줄이는 대신 국채는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경우다.

UBS는 이 경우 국채 지급을 중단하는 디폴트보다는 경제적 충격이 덜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UBS는 이 시나리오에서는 올 3·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기준 2%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4·4분기에는 더 뒷걸음질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하반기 미 일지라 25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UBS는 내다봤다.

다만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는 않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그토록 갈망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하강이 가시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

노딜


마지막 시나리오는 아예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노딜’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수일 또는 수주일에 걸쳐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웬디 에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미 국채가 워낙에 중요한 터라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국채는 세계 금융시장의 지표 역할을 하는 핵심 금융상품이다.

에델버그는 “모두가 기준으로 삼는 지표가 가장 위험한 금융상품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EY의 데이코는 미국이 디폴트하면 2007~2009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의 대침체보다 더 심각한 침체를 촉발할 것으로 우려했다.

미 국채가 항구적인 매도세에 직면하게 되고, 은행과 기업들의 자금 운용 핵심인 전세계 금융시스템의 수조달러 단기 달러 차입이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 평가액이 금리인상 속에 하락하면서 촉발된 미국의 이번 은행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팔아 치우고, 이 때문에 주식시장은 이후 수개월에 걸쳐 45% 폭락한다. 실업률은 지금보다 5%p 폭등할 수 있다.


UBS는 합의가 한달 지연되면 미 경제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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