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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 1분기 적자 54조인데… 포퓰리즘 법안 봇물 [세수부족에 흔들리는 재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1 18:26

수정 2023.05.21 18:26

정부 지출 줄였지만 수입 더 줄어
석달만에 올해 적자 전망치 육박
예산 60% 상반기 투입 차질
국회는 총선 앞두고 퍼주기 입법
나라살림 1분기 적자 54조인데… 포퓰리즘 법안 봇물 [세수부족에 흔들리는 재정]
경기둔화로 세수감소 규모가 확대돼 "예산 60%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조기집행 방침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총국세수입의 오차범위를 1%로 예상했지만 1·4분기에만 전년동기 대비 21.6% 줄어든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출계획은 크게 잡았지만 막상 집행예산은 고스란히 적자로 쌓이는 형국이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국회는 재정준칙은 뒷전이고 총선용 포퓰리즘 법안을 잇달아 추진해 재정건전성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지출은 커졌는데, 세수는 줄어

21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경기부진에 따라 올해 예산 60%를 상반기 집중 투입하기로 했지만 세수감소 확대로 재정부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총지출계획 638조7000억원 중 상반기 내 383조2000억원(60%)을 집행한다. 연초 '난방비 폭탄'에 따른 사회적 약자 지원,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유동성 공급, 내수활성화 대책 등 지출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정부 총지출은 1월 51조원을 시작으로 2월 63조원, 3월 72조원을 지출하며 1분기에만 186조8000억원을 썼다.
월별로는 속도를 내는 모양새이지만 전년동기 대비로는 오히려 16조7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지출계획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늘어난 적자부담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연간 적자 전망치는 58조원가량인데 이미 1·4분기 적자는 54조원이 쌓였다. 정부는 부가세 등이 징수되는 4월, 7월 등에 흑자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3개 주요 세목이 모두 줄어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과 증시도 얼어붙어 거래세 등 기타 세목도 세수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가채무 규모도 지난해 1068조8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조원대를 돌파했다.

■포퓰리즘 법안 봇물에 재정 위태

이 와중에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법안을 잇달아 쏟아내 재정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야당이 지난 16일 단독 통과시킨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여당은 이번 개정안은 학자금대출에 대해 일부 무이자 혜택을 줘 재정부담, 도덕적 해이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가 불법파업 등으로 손배소를 진행해 채무를 진 노조에 이 같은 채무를 감면해 주는 국가채권관리법 개정안도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인혁당 사건, 쌍용차 사건처럼 국가 공권력으로 피해가 생길 경우 배상방식 등에 대해 대립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적기업 지원실적을 반영하는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현 기본법 제정안'도 부담이다. 가뜩이나 경기부진과 정치권의 입김에 공공기관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익을 악화시킬 요소다.

특히 정부는 나랏빚을 함부로 못 늘리는 '재정준칙'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에 막혀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두고 여야 공방이 이어지면서 후순위였던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논의도 되지도 못했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세금으로 운동권을 지원하는 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기재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관리하게 된다.

기재부가 재정준칙 법제화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 재정위기가 심각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2022년 1068조8000억원으로 1000조원대를 처음 돌파했다. 이미 고금리·고물가 속 재정적자 규모가 확대된 상황에서 서민 증세, 국채 발행도 정부의 선택지에서 빠져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부터 지속적으로 "추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엄격한 지출 구조조정과 여유기금 운용을 통해 차질 없이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하락을 석유류 가격이 주도하고 있고 근원인플레이션도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라며 "하반기 재정투입은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고 재정준칙을 빠르게 도입해 적자관리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3% 이내 적자관리로는 앞으로 10조원 이내로 추가 적자를 관리해야 하는데 상반기 집중 집행 방침을 변경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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