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용카드

"카드사 연체율, 금융시장에 들어온 '빨간불'일 수 있습니다"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3 05:00

수정 2023.05.23 05:00

올해 신용카드 사용액 12% 증가...덩달아 카드사 연체율 3∼4년래 최고
카드사 연체율도 1% ↑
"소비자 카드 사용액 상환여력 감소·금융 부문 연체 증가 영향"
카드사들 건전성 관리 필요성도
경기 둔화 속 카드론과 결제성 리볼빙 이용 금액이 늘고, 연체율도 뛰어 카드사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4조1210억원으로, 작년 말(33조645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봇대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경기 둔화 속 카드론과 결제성 리볼빙 이용 금액이 늘고, 연체율도 뛰어 카드사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4조1210억원으로, 작년 말(33조645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봇대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 교통카드가 연체됐는지 몰랐어요. 갑자기 카드가 정지돼서 아침에 지하철도 못 탈 뻔했습니다.
#2. 요즘 카드 연체금 회수가 안 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어요. 지난 연말에는 카드값을 연체한 지 하루 만에 말도 없이 카드가 정지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카드에서 처음으로 토요일에 전화가 왔네요. 콜센터 직원분이 본인도 토요일 출근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올들어 신용카드 이용액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가운데 각 카드사 연체율도 올해 1·4분기 대부분 1%를 넘기며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접어들며 소비는 살아났지만 경기 악화로 소비를 충당할 만한 여력이 감소한 영향이다. 해당 현상이 단순한 카드값 연체가 아닌 금융 부문 리스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카드 이용액과 연체율, 어느 정도?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의 올해 개인 신용카드 국내 이용액(일시불+할부)은 218조87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95조3585억원) 대비 12.04%(23조5137억원) 늘어난 수치다.

앞서 지난 1월 53조8563억원이었던 신용카드 이용액은 2월 51조954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3월에는 57조5818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이용액은 55조47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7.50%(3조8683억원) 늘었다.

신용카드 이용액 뿐 아니라 카드론과 리볼빙 잔액도 증가세다.

양경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4조1210억원이다.

카드사 연체채권비율
(%p)
금융회사명 22년 1분기 23년 1분기 증감
신한카드 1.07 1.62 0.55
삼성카드 0.85 1.24 0.39
국민카드 1.18 1.8 0.62
롯데카드 1 1.58 0.58
우리카드 1.06 1.65 0.59
하나카드 1.3 1.47 0.17
(카드업계, 연체채권비율(1개월 이상, 대환대출 포함, 금감원 실질 연체율))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신한·삼성·KB·롯데·우리·하나·현대)의 올해 4월 리볼빙 잔액 또한 7조1729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2740억원)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1·4분기 기준 각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대부분 1%를 넘겼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대환대출을 포함한 6개사(신한·삼성·국민·롯데·우리·하나)의 연체채권비율은 모두 1%를 초과했다.

왜 이용액이 증가하는데, 연체율도 같이 증가하나요?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이용액과 연체율이 함께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대면활동 제약이 올해 본격적으로 사라지면서 카드 사용액은 늘었지만, 지난해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악화로 소비자의 카드 사용액 상환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활동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처럼 활발해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카드사 연체율 증가가 단순히 신용카드 이용 대금을 갚지 못하는 현상을 넘어 금융 부문의 연체 증가를 의미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신용카드사를 통해 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라며 "금융 부문에서 연체가 늘어나는 것이 현재의 리스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연체율 추이
(%, %p)
구분 20년말 21년말(a) 22년말(b) 증감(b-a)
총채권 1.29 1.09 1.2 0.11
신용판매채권 0.64 0.54 0.65 0.11
카드대출채권 2.89 2.6 2.98 0.38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

실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의 연체율 추이에서 신용카드 일시불·할부 대금을 의미하는 신용판매채권보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을 뜻하는 카드대출채권의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들의 카드대출채권 연체율은 2.98%p로 전년 말(2.60%p) 대비 0.38%p 증가했다. 반면 신용판매채권은 지난해 말 0.65%p를 기록해 전년 말 대비 0.11%p 늘어나는 데 그쳤다.

향후 카드사들의 대응 방향은

경기 둔화 흐름 속 카드론과 결제성 리볼빙 이용 금액, 연체율이 모두 뛰어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연체가 신용판매나 대출 쪽에서 많이 진행되어 카드사들의 연체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카드 이용률은 높아졌으나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건전성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이 줄면 연체율이 내려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지난 2~3월이 정점이었고, 2·4분기에는 (연체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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