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출근길money]'韓경제 뇌관' 가계부채 역대 최대폭 감소에도 웃을 수 없는 까닭은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4 06:00

수정 2023.05.24 09:25

2023년 한국은행 1·4분기 가계신용 잠정통계
가계신용 잔액 1853.9조원, 전기比 13.7조↓
2002년 통계 편제 후 전년동기比 '첫 감소'
직전분기 이어 2분기 연속 디레버리징에도
주담대 잔액 1017.9조원으로 '역대 최대'
금리하락+부동산 회복에 다시 증가 가능성
23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은행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1~3월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말에 비해 13조7000억원 감소해 통계 작성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늘었지만 고금리에 신용대출은 상환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3.5.23/뉴스1 /
23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은행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1~3월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말에 비해 13조7000억원 감소해 통계 작성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늘었지만 고금리에 신용대출은 상환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3.5.23/뉴스1 /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올해 1·4 가계신용이 '역대 최대폭 감소' 기록을 다시 쓰면서 두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과도한 가계 빚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을 낮추는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중장기적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4분기 가계신용 잠정통계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 9000억원으로 전기대비 13조 7000억원(0.7%) 감소했다. 직전분기 썼던 역대 최대폭(3.6조원) 감소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전년동기대비로는 2002년 통계 편제 이후 첫 감소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포괄해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의미한다.

가계대출 또한 '역대 최대폭 감소' 기록을 다시 썼다. 가계대출 잔액은 1739조 5000억원으로 전기대비 10억 3000억원(0.6%) 줄어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기존 최대폭 감소였던 직전분기(7조원) 감소 폭을 크게 넘어섰다. 전년동기대비로도 16조 8000억원(1.0%) 줄어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특히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5조 6000억원 줄면서 가계대출 감소를 견인했다.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과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지속 등으로 6분기 연속 감소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42조원 감소해 1년새 5.5% 줄었다. 직전분기 썼던 역대 최대폭 감소, 역대 최저 증감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잔액은 1017조 9000억원으로 전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담대는 전기대비 5조 3000억원 증가했고, 전년동기대비로는 25조 2000억원 늘었다. 각각 0.5%, 2.5%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행은 "전세자금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책모기지 취급, 주택거래 개선 등으로 개별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DSR 규제가 없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공급과 주택매매 및 전세거래량이 개선되면서 주담대가 크지 줄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이 정책모기지 양도, 신용대출 감소 등 영향으로 전기대비 12조 10000억원 크게 줄었고, 상호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기관은 부동산 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9조 7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보험사와 여신전문회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서는 정책모기지, 주식관련 대출 확대로 11조 5000억원 늘어 증가 전환했다.

판매신용은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등 신용카드 이용액이 줄면서 3조 4000억원 줄었다. 2020년 4·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첫 감소 전환이다.

가계 빚이 역대급으로 감소했지만 디레버리징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창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4월 금융기관 가계대출이 전분기대비 2000억원 늘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 전환했다"며 "전체적인 흐름을 언급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부채 축소는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대출금리 하락과 주택 거래 회복 흐름 등이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또 4월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이 1·4분기 평균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대면 소비 회복에 의한 판매 신용 또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월 28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를 통해 "가계 대출 규모가 1%p 늘어나면 4~5년 시차를 두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5~0.28%p 낮춘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가계신용비율이 GDP 대비 100%를 초과한 경우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계신용 비율을 GDP 대비 80% 이하 수준으로 줄여가되, 금융시장 충격 등을 고려해 완만하게 부채를 줄여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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