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노조 '꼼수' 노숙 집회" 강제 해산 방침
하지만 불법성 입증 어려워 법망 '사각지대'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건설노조의 노숙집회를 두고 '꼼수'라 칭하며 강제해산하거나 제한하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현행법상 노숙집회를 두고 불법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제 표방 '꼼수' 집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건설노조의 노숙집회에 대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이번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6, 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며 노숙집회를 열었다. 노조원들은 최근 분신해 숨진 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를 추모하며 윤석열 정부에 강압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경찰이 집회를 금지한 16일 오후 5시 이후에는 다른 단체가 주최한 '이태원 참사 추모 문화제'에 참여하는 식으로 야간 집단행동을 이어갔다. 1만4,000여 명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에 모여 돗자리 등을 깔고 노숙했고, 이튿날엔 서울지방고용청 앞 8차로를 모두 점거했다.
민노총은 그간 문화제를 표방한 ‘꼼수 집회’를 열어왔다. 집시법 15조가 축제, 추모제, 관혼상제 관련 집회에 대해선 제한,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의 야간 문화제, 다시 야간 집회는 법적 공백이 13년 간 이어온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듬해 6월까지 국회에 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여야는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집시법 10조는 효력을 자동 상실해 현재 야간 집회에 관한 법률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여야, 야간집회 두고 논쟁
이에 당정은 야간집회를 금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0시∼오전 6시 옥외집회 금지’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2020년 6월 발의했다가 3년 동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집시법 개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경찰 출신 3선인 윤 원내대표는 19∼21대 국회에서 계속 해당 법안을 발의해 왔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여당은 해당 법안을 들고 야당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7월 야외집회 금지 시간을 ‘0시∼오전 7시’로 규정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과 병합해 심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야당인 민주당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어 난항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당은 집회·시위 현장에 대응하는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선 면책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집회·시위 참여자들이 현장 경찰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벌이는 실태가 반복돼 온 탓에 경찰의 현장 대응력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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