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김규성의 인사이트] 대중 경제외교 '제3의 전략' 없나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3 18:23

수정 2023.05.23 18:23

[김규성의 인사이트] 대중 경제외교 '제3의 전략' 없나
중국 시장을 놓고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다. 경영진의 내밀한 생각엔 접근할 수 없지만 실적 등 경영 수치만 놓고 볼 땐 그렇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한때 10%였지만 지난해 1.2%까지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19년 46.57%에서 지난해 27.36%로 추락했다. LG전자도 2019년 4%를 넘었던 중국 내 매출 비중이 올 1·4분기엔 2%대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대중국 규제가 매출부진의 직격탄이 됐다.
중국의 내수 중심 경제정책으로 전환도 영향을 미쳤다. 애국주의 사상 팽배로 중국의 수입 소비재 수요가 급감한 것에도 타격을 받았다. 정부의 미국 중심 '경제안보론'도 기업들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국제질서 급변으로 불거진 경영변수들을 기업 단독으론 헤쳐나가긴 어렵다. 비즈니스 세계는 외교사안만큼 명확한 선긋기가 힘들다. 반도체만 봐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기는 힘든 처지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메모리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서 D램과 낸드를 각각 50%, 30% 생산하고 있다. 설비, 소재, 부품에다 노하우까지 중국에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대중 압박 속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말 중국을 방문했겠나. 기업 국적 불문하고 '탈중국'은 정상적 경영전략도 아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도 이재용 회장이 참석했던 '중국발전포럼'을 찾았다.

미·중 패권경쟁은 일시적 변수가 아니다. 사실상 상수다. 지난 주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자 중국이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정상회의로 맞대응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한국의 미·일과의 협력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긍정적 효과도 상당하다. 다만 불안요인 관리는 전제돼야 한다. 샌드위치 신세로 몰린 중국에 기반을 둔 한국 기업들의 위기가 대표적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 미국과 동맹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보조를 같이하고 있는 유럽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최근 독일, 프랑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앞다퉈 중국을 방문해 경제분야에서의 관계 강화를 약속했다. 일본도 지난 4월 중국 외교장관과 상하이에서 전격 회동했다. 미국조차도 지난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중국 정치국원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났다.

지난 21일 폐막한 G7 공동성명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특정국(사실상 중국)을 배제한다는 '디커플링' 문구가 빠졌다. 미국 주도 가치동맹에는 동조하지만 경제영역은 유연하게 하자는 합의다. 한·미·일 삼각공조를 복원하고 자유민주주의 대열에 힘을 싣는 것은 한국의 적극적 선택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미·일도 중국과 대화 물꼬를 트는데 한중만 냉랭하다.
미국과 관계 강화가 중국을 외면하는 게 아니고,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라는 외교적 신호를 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기엔 몸이 너무 무거워졌다.
국익, 다시 말해 경제적 파이를 잃지 않는 경제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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