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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한두마리 값에 마약 손대는 10대들 [무너진 마약청정국]

20대이하 사범 36%까지 증가
공부방·학원 등서 손쉽게 유통
소분 방식으로 값 싸게 사기도
치킨 한두마리 값에 마약 손대는 10대들 [무너진 마약청정국]
"공부방에서 유통했다.""SNS와 인터넷에서 구매했다.""학원가 길거리 시음 음료로 건넸다."

마약이 1020세대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23일 경찰이 유흥가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마약류 범죄를 단속·수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만2387명의 마약류 사범이 검거돼 지난 2021년 1만626명 대비 16.6%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1020세대 마약류사범이 급증했다. 1020세대의 마약류사범은 2018년 1496명에서 2022년 4497명으로 약 3배 껑충 뛰었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8.5%, 2019년 24.8%, 2020년 28.3%, 2021년 35.9%, 2022년 36.3%로 계속해서 늘었다.

과거에 마약류가 '던지기' 등으로 암암리에 유통됐다면 최근엔 공부방, 학원가 등 일상적 장소에서도 10대들에게 유통되고 있다. A군 등은 고교 2∼3학년이던 2021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등 시가 2억7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판매하거나 소지·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A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마약판매상으로부터 범행수법을 배운 뒤 또래들을 포섭,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1명은 아버지에게 "공부방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피스텔을 빌린 뒤 이곳을 마약 유통 사무실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SNS와 인터넷에 능숙한 10대들을 향한 마약 유통 방어선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마약류사범 전체 검거인원 중 2018년 18.7%(1516명)를 차지하던 인터넷 마약류사범의 비중은 지난해 약 1.4배 증가한 25.0%(3092명)로 나타났다. 다크웹·가상통화를 이용한 마약사범 역시 2018년 85명에서 2022년 1097명으로 12배 이상 폭증했다.

경찰은 국내 유통되는 마약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연령대도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암거래시장에서 10년 전 10만원 안팎이던 필로폰 1회 투약분(0.03g)은 현재 5만원가량으로 낮아졌다는 것이 경찰 등의 설명이다. 치킨 1~2마리 가격 정도면 마약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다만 필로폰을 1g씩 대량으로 구입한 다음 소분하는 방식으로 5만원보다 더 싸게 사는 경우도 있다"면서 "1020세대들은 또래와의 동질감이 강하기 때문에 주변의 꼬임에 잘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