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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에 중국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장 요청, 미국 입장은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4 15:28

수정 2023.05.24 15:28

우리 정부 미국에 반도체보조금 받아도 중국에서 증산 허용 입장 전달
WSJ "국가 안보 핵심 중국 따돌리려는 미국 한국 등 동맹국 협력 구해"
【실리콘밸리(미국)·한국=홍창기 특파원 송경재 기자】 우리 정부가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을 받는 우리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두 배로 늘려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의견 접수를 마감하고 앞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올해 안에 확정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정치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 수출 확대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3월 21일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안에 대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우리 정부는 이 의견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업계와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관보에 게시된 의견서 공개본에서 "가드레일 조항을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이행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 정부가 규정안에 있는 '실질적인 확장'과 '범용 반도체' 등 핵심 용어의 현재 정의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실질적인 확장과 범용 반도체의 정의를 재검토해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고도 중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상무부의 가드레일 규정안을 보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특히 규정안은 실질적인 확장을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상,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인 확장의 기준을 기존 5%에서 10%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또 중국의 우려 기업과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싱(특허사용계약)을 하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기술 환수 조항이 제한하는 활동의 범위를 미국 정부가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외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기업에 민감한 기술·기밀 정보 요청을 자제하고 기업과 기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국가 안보의 핵심이자 중국의 추격을 막으려는 기술인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동맹국들의 협력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 네덜란드와 달리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억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보완 할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향후 미국 상무부가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주목했다.

한편 중국이 미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메모리 반도체 구매를 중단한 가운데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공화·위스콘신)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23일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대중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갤러거 위원장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수출허가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사용되도록 해서는 안된다면서 한국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동맹국 한국 역시 최근 몇 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했다면서 한국 정부도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도록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사이버 규제당국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주말 미국의 반도체 수출 금지에 맞서 만만한 상대인 마이크론을 표적 삼아 반도체 보복을 단행했다. 마이크론 반도체가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중국 주요 업체들의 구매를 금지했다.

마이크론은 대표적인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 등의 대안이 있어 마이크론을 제재하기로 결정했지만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아울러 중국이 엔비디아, 인텔 등을 노리지 않은 것은 이 업체들이 만드는 시스템 반도체는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이 수출통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 공급 확대를 막으면 메모리 반도체 제재도 오래 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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