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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가 카펫?영어 모르면 바닥에 누워”..中승객 조롱한 항공사 승무원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5 05:20

수정 2023.05.25 10:05

[사진=캐세이퍼시픽항공 인스타그램]
[사진=캐세이퍼시픽항공 인스타그램]

홍콩국제공항의 캐세이퍼시픽 카운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국제공항의 캐세이퍼시픽 카운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승무원들이 영어를 못하는 중국인을 조롱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캐세이퍼시픽 측은 이틀간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세 차례나 공식 사과하며 관련 승무원을 해고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홍콩 더스탠더드 등 외신에 따르면 로널드 람 캐세이퍼시픽 CEO는 성명을 통해 “중국 본토 승객들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한 객실승무원 3명을 해고 했다”며 “부서 간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논란은 지난 21일 운행된 CX987편에 탑승했던 승객 A씨가 승무원들이 승객을 험담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SNS에 올려 시작됐다.


승무원들의 휴식 공간 앞쪽 좌석에 앉아 있었다는 A씨는 SNS에 “승무원들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본토 승객들에 대해 험담하는 내용을 들었다”며 31초 분량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A씨는 “당시 승무원들은 담요(blanket)를 요청하면서 ‘카펫(carpet)을 달라’고 잘못 말한 승객을 비웃고 있었다”며 “영어로 담요를 말할 수 없다면 담요를 받을 수 없다. 카펫은 바닥에 깔려 있으니 눕고 싶다면 얼마든 바닥에 누울 수 있다”고 조롱했다.

이어 “승무원들은 광둥화(캔토니즈)를 못 알아듣는 승객에 대해 ‘그들은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들어’라고 놀리며 영어와 광둥화로 대화했다”고 전했다. 중국 표준어는 푸퉁화(만다린)이며 남부 광둥성과 홍콩에서는 광둥화를 구사한다.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중국은 발칵 뒤집혔다.
네티즌은 홍콩 사람들이 본토인들을 차별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캐세이퍼시픽은 외국인을 숭배하고 홍콩인을 존중하면서 본토인들은 깔보고 있다”며 “매번 사과만 할 수는 없다.
강력하게 잘못을 시정하고, 규칙과 규정을 제정해 차별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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