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마일게이트 창업재단 오렌지플래닛의 서상봉 센터장
"성공하는 창업가는 이유 있더라…마음 단단히 먹어야"
무상 공간 지원 넘어 단계별 창업 프로그램…"유니콘 배출 목표"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스타트업 업계는 보릿고개를 넘어 투자 빙하기를 마주하고 있다.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곳도 늘고 있다. 시작조차 막막하기만 한 청년 창업가들의 꿈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입소문이 난 창업재단이 있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창업재단 ‘오렌지플래닛’이다.
오렌지플래닛은 스마일게이트 창업주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설립한 창업재단이다.
10년여간 스마일게이트의 창업지원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서상봉 오렌지플래닛 센터장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 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오렌지플래닛은 한 번 창업을 지원하면 꾸준히 진정성 있게 하고 잘 하려고 노력한다”라며 “스타트업이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진정으로 고민하는 데는 저희 말고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뱅크샐러드·딥브레인 탄생…인큐베이터센터 무상지원 넘어 단계별 지원
서상봉 센터장은 “지난 2013년 권 창업자가 스타트업과 벤처 개념이 혼재됐을 당시 창업지원 프로그램 기획을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해 2014년 ‘오렌지 팜’이라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라며 “이어 지난 2021년 창업을 제대로 지원하고 사회공헌 성격을 명확하게 해 지원해보자는 취지로 별도의 독립 재단으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사나 IT기업에서 세운 창업재단은 오렌지플래닛이 유일하다. 지원 스타트업도 게임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로 다양하다. 100억원 출연으로 시작해 최근 100억원을 추가로 출연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기준 오렌지플래닛을 거쳐 기업가치 100억원 이상을 달성한 동문사는 54개, 300억 이상은 14개, 500억 이상은 10개에 달한다. 서 센터장은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은 6곳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극 초기 팀을 뽑아서 지원한 것 치고는 지표가 좋다”고 강조했다.
오렌지플래닛 지원기업 2842팀 가운데 342팀을 선발했으며 4071명의 일자리 창출,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6182억원(투자 건수 258건)에 달한다. 동문 기업가치는 2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대표적으로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가 오렌지플래닛 품에서 탄생했다.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600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며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창업자인 김태훈 대표는 오렌지플래닛 전신인 오렌지팜에서 24시간 숙식을 해결하며 개발에 몰두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클라썸’, ‘빅픽쳐인터랙티브’, ‘두브레인’, ‘딥브레인 AI’ 등 유수의 스타트업을 배출한 바 있다.
10년 넘게 수많은 스타트업을 지켜본 서 센터장의 선발 기준은 뭘까. 그는 “스타트업을 뽑을 때 사업에 대한 열정, 실력, 기업가로서 자세 및 인격을 중심으로 질문들을 계속 던진다”라며 “30~40분 질문하다보면 얼마나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PT같은 일방적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질문을 통한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라고 말했다.
오렌지플래닛은 스타트업들에 인큐베이션센터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단순 공간 지원을 넘어 선배 창업가 멘토링, 파트너 제휴 할인 혜택, 전문가 멘토링, 분야별 전문가 특강 등 스타트업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서 센터장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서 센터장은 “올 봄에 400팀이 지원해서 경쟁률 100:1이었다”라며 “투자가 직접 가능한 4~5곳이고 10군데 정도는 좀 더 사업적으로는 도와주면 잘하겠다 싶었다. 성장하면서 좋은 멘토링이나 네트워킹 연결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혹한기 맞춰 사업 조언…글로벌서 성공한 유니콘 배출 목표
최근 들어닥친 스타트업 혹한기에 서 센터장의 고민도 크다. 그는 “미국, 한국 등 글로벌 모두 시장이 안 좋다. 이럴 때 창업가들에게 조언해주고 가이드를 제시하는 게 매우 중요해, 인사 관리, 사업적 조언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서 센터장은 “오렌지플래닛이 투자 전제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룹사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함께 몇 개월 과정으로 사업 분석해서 혹한기 대비 투자 유치 진단, 전략 수립 등을 하고 있다”라며 “이럴 때 구조조정 관련된 조언이나 인사 조직 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수 많은 스타트업을 마주하는 서 센터장이 꼽는 성공하는 창업가의 공통점은 뭘까. 그의 대답은 “진짜 열심히 한다”였다.
“한 예로 어느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지원 시절에 집이 바로 길 건너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 2000억원 밸류를 인정 받으며 성공했습니다. 또 구성원들하고 잘 지내는 창업가들이 사업이 잘 돼요. 초기에는 월급도 못주기 때문에 인력을 껴안고 있어야 하니깐요. 이런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 높은 확률로 성공합니다.”
오렌지플래닛과 타 창업재단의 차별점에 대해 서 센터장은 “스타트업의 전체 성장 단계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성공할 때까지 도와줄 수 있는 곳은 저희가 유일한 것 같다”라며 “한국은 투자 문화 자체가 또 회수도 빨리 해야 되고 소액으로 여러군데 투자하는 문화가 있어서 이런 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경쟁력이 된다”라고 자신했다.
서 센터장은 “스타트업들이 워낙 많다보니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팀들도 많은데,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라며 “센터를 3개나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창업 지원 수혜를 확장하는 것도 고민이 있다”라고 했다.
서 센터장의 앞으로 목표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것이다. 서 센터장은 “글로벌로 성공하는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는 게 저희 목표”라며 “실제로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은 전체의 0.1%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창업재단으로는 흔치 않게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는 “재단 설립할 때부터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글로벌에서 성공해야 제대로된 성공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게 저희가 앞으로 잘 해야하는 숙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갔다 왔는데 한국 출신 개발자들이 많아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라며 “최근 스타트업 한 곳이 미국 VC를 소개한 것을 계기로 투자를 유치해 이런 기회를 늘리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 센터장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생각보다 사업의 성과를 내는 게 먼 여정이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라며 “본인이 창업에 맞는 사람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시작해달라. 성공한 이 보다 성공하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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