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패션

벌써 더운데, 내일 출근길 뭐 입지? 더위에 지친 남자들 ‘통 큰 정장’ 픽 [Weekend 라이프]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6 04:00

수정 2023.05.26 04:00

남성복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봇물
심플하지만 멋스러운 디자인 인기
사회 초년생 등 젊은 충성고객 확보

냉감 소재 ‘비즈니스 캐주얼’ 대세
이너웨어 만들던 기능성 소재
블레이저·슬랙스에 적용하며 수요↑
무신사 스탠다드 썸머울 블레이저, 슬랙스
무신사 스탠다드 썸머울 블레이저, 슬랙스
쿠어 내추럴 링클 하프셔츠
쿠어 내추럴 링클 하프셔츠
포터리 23 여름 컬렉션 룩북
포터리 23 여름 컬렉션 룩북
어나더 오피스 23 SS 룩북
어나더 오피스 23 SS 룩북
팬데믹이 종식되고 본격적인 리오프닝을 맞아 남성 비즈니스 캐주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수요 증가와 함께 또하나 눈에 띄는 점은 최근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정장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는 과거 '딱 떨어지는' 정통 남성복 스타일 보다는 포멀하지만 편안한 핏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진 브랜드 중에는 감도 높은 브랜딩으로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면서 두자릿수 넘는 성장세를 보이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남성복도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세

25일 업계에 따르면 남성복 시장에 2535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포터리, 어나더 오피스, 쿠어 등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다.

포터리는 최근 남성복 시장에서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남동과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이 젊은 남성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품질의 원단과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내세워 충성 고객층을 사로잡은 것이 포터리의 인기 배경이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수의 추천과 후기가 쏟아지면서 사회 초년생이 백화점 대신 포터리에서 '첫 정장'을 맞추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견고한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포터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40억원을 기록했다. 플래그십 스토어와 자사몰 중심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한 포터리는 늘어난 수요에 맞춰 올해 초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하고 고객 접점 확대에 나섰는데, 상품 발매 100일만에 10억 원이 넘는 거래액을 달성했다.

자연스러운 핏이 특징인 재킷류와 '셔츠 맛집'이라는 애칭이 붙게 만든 '컴포트 셔츠' 등은 무신사 스토어에서 품절을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특히 컴포트 셔츠는 이번 시즌에 다양한 컬러의 반소매 디자인으로 출시되어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컨템포러리 캐주얼을 지향하는 어나더 오피스(ANOTHER OFFICE)도 심플하고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탄 브랜드다. 일상복과 출근복의 경계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포멀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유통에 집중해 인지도를 확보한 어나더 오피스는 지난해 100억원대의 연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인 '스왈로우라운지' 성수점을 신규 오픈하고 한남점을 리뉴얼 오픈하는 등 오프라인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이번 시즌에는 여유 있는 실루엣과 핀턱 디테일이 돋보이는 '산티아고 팬츠'와 '산티아고 슬랙스'가 어나더 오피스 인기 상품 순위에 올랐다. 코튼 소재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활용도 높은 반소매 셔츠도 무신사 스토어에서 높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정장 보다는 다양한 핏, 디테일 대세

남성 패션 시장에서 신진 브랜드가 급성장한 데는 팬데믹을 계기로 정장을 입는 자리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매일 출근하지 않고 경조사 등도 최소화되다 보니 정통 남성복 브랜드 대신 오피스룩과 일상복의 경계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선호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젊은 세대 남성을 중심으로 백화점보다는 무신사 스토어와 같은 패션 플랫폼이 주요 쇼핑 경로로 떠오른 것도 한몫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시장의 판도가 바뀐 것이다.

실제 백화점 남성복 매장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추세다. 주요 브랜드나 수입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매출 성장이 둔화하거나 감소하고 있다. 백화점도 달라진 소비 패턴을 보이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하기 위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이다. 더현대서울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에 출점한 쿠어,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스왈로우라운지(어나더 오피스) 등이 대표적이다.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여성복으로 시작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옴므 라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르917', '아모멘토' 등 미니멀한 디자인과 감도 높은 브랜딩으로 여성 고객에게 인기를 끈 브랜드가 잇달아 남성복을 선보이면서 고객층과 매출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더위에도 스타일은 포기 못해… 냉감 소재 인기

초여름에도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 비즈니스 캐주얼도 인기다. 통풍과 땀 흡수가 잘 되는 소재를 사용해 여름 시즌에도 포멀한 스타일을 즐기는 고객을 겨냥했다.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남성 의류를 전개하는 쿠어(COOR)가 대표적이다. 쿠어는 이번 여름 시즌에 주름이 잡힌 크링클 소재와 시원한 촉감의 시어서커 등 텍스쳐가 돋보이는 소재를 활용한 여름 반소매 셔츠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무신사 스탠다드도 기능성 소재인 '쿨탠다드'를 적용한 블레이저와 슬랙스를 선보였다. 주로 이너웨어에 활용되는 냉감 소재를 포멀한 디자인의 상품에도 적용했다.
이른 더위로 냉감 의류를 찾는 수요가 늘며 지난 4월 20일부터 5월 14일까지 쿨탠다드 블레이저 및 슬랙스 판매액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특히 블레이저 및 슬랙스 이밖에 린넨처럼 시원한 촉감의 '썸머울'도 여름용 셋업에 최적화된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을 거친 2030은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정장을 맞추기 보다는 온라인 스토어나 편집샵에서 출근룩, 하객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셋업을 고르는게 더 익숙한 세대"라며 "디자이너 브랜드는 젊은 감각의 브랜딩과 디자인으로 팬덤을 모으면서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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