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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나하나마다 그날의 역사가… 성벽 따라 걷는 ‘산성 여행’ [Weekend 레저]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6 04:00

수정 2023.05.26 13:22

6월 ‘호국보훈의 달’ 맞아 관광公 추천 여행지 5곳
충남 부여 가림성의 명물인 사랑나무는 SNS 사진 명소로 이름이 나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남 부여 가림성의 명물인 사랑나무는 SNS 사진 명소로 이름이 나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보수와 복원 작업을 거친 충북 청주 상당산성 서문의 현재 모습.
보수와 복원 작업을 거친 충북 청주 상당산성 서문의 현재 모습.
부산 금정산 자락을 따라 자리한 금정산성.
부산 금정산 자락을 따라 자리한 금정산성.
전북 익산 미륵산성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향한 석축과 동문, 옹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북 익산 미륵산성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향한 석축과 동문, 옹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한산성 서문전망대에 서면 서울 잠실벌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가운데 높이 솟아있는 건물이 롯데월드타워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남한산성 서문전망대에 서면 서울 잠실벌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가운데 높이 솟아있는 건물이 롯데월드타워다.

"나는 봄이면 자전거를 타고 남한산성에서 논다. 봄비에 씻긴 성벽이 물오르는 숲 사이로 뻗어 계곡을 건너고 능선 위로 굽이쳤다. 먼 성벽이 하늘에 닿아 선명했고, 성 안에 봄빛이 자글거렸다."

영화도로 널리 알려진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머리말에 나오는 첫 세 문장이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처절한 싸움의 현장이었던 남한산성은 이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다. 전국 곳곳에는 옛 역사를 간직한 산성들이 산재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선조들의 숭고한 숨결과 역사가 담긴 여행지로 산성을 추천했다. 가파른 산과 거대한 돌 위에 새겨진 역사를 따라 산성으로 떠나보자.

■하늘과 산과 숲 사이로 난 요새, 남한산성

경기 광주 남한산성은 통일신라 시기에 축조돼 조선시대 수도 한양을 지키던 성곽이다.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인조(재위 1623~1649)는 이곳으로 피신해 47일을 버티다 항복했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이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한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찾으면 그날의 비통함이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남한산성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성벽 둘레가 약 12.4㎞로, 탐방로는 5개 코스로 나뉜다. 산성로터리에서 출발해 북문~서문~수어장대~남문을 지나 회귀하는 1코스가 가장 인기다. 전체 거리는 약 3.8㎞로 1시간20분쯤 걸린다. 총 7.7㎞로 제일 긴 5코스는 동서남북 4개 성문을 모두 돌아볼 수 있지만 3시간 이상 소요된다. 가장 짧은 거리의 2코스는 약 2.8km로 1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다.

산성을 탐방한 뒤에는 남한산성 행궁에 꼭 들러보자. 광주 도예의 중심 경기도자박물관, 숨은 자연 공간 경안천습지생태공원도 6월에 거닐 만하다.

■호서지방을 지켜준 최후의 보루, 상당산성

충북 청주 상당산성은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지방을 지켜준 최후의 보루다. 대규모 포곡식 석성인 만큼 산성에 오르면 상당산(491m)의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청주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산성 일주 코스'는 약 4㎞정도로,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오는 원점 회귀 코스다. 상당산 능선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둘러볼 수 있다.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코스다. 이 구간을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주변 풍광이 천하일품이다.

상당산성과 더불어 이 일대에 자리한 명소도 둘러보자.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명암유원지, 청주의 감성 여행 1번지 수암골벽화마을,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청주박물관은 청주가 과거부터 얼마나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땅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가까이 두고 걷기 좋은 길, 금정산성

부산 금정산(801m)에는 무려 100여개 진입로가 있다. 그만큼 일상 가까이, 언제든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산이다. 금정산성은 금정산 꼭대기에서 동남쪽·서남쪽 능선과 계곡을 따라 축성했는데, 둘레만 18.84㎞로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가장 매력적인 코스는 동문에서 출발해 3망루와 4망루로 이어지는 길이다. 완만한 숲길부터 가파른 암벽까지 다채롭게 어우러져 지루하지 않다. 조금 편하게 즐기려면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상부정류장에서 남문까지 완만한 흙길이어서 아이와 걷기에도 적당하다.

금정산성마을에선 흑염소불고기와 막걸리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500년 전 방식으로 빚은 막걸리 맛이 좋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범어사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과 삼층석탑이 볼거리다. 초여름에는 범어사 입구 계곡과 등나무 군락이 시원한 휴식처다. 금정산성과 인접한 동래온천에는 노천족욕탕이 있어 걷기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돌에 새겨진 생명의 역사, 미륵산성

전북 익산 미륵산성은 둘레 1776m 포곡식 석성으로, 미륵산 정상부와 북쪽 봉우리를 포함해 동쪽 계곡을 에워싼다. 익산 지역 11개 성곽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북쪽으로 낭산산성, 동쪽으로 용화산성과 선인봉산성, 남쪽으로 익산 토성과 금마도토성이 미륵산성을 겹겹이 둘러싼 형태다. 고도가 가장 높은 미륵산성은 주변 지역을 관망하기 쉬운 지점으로, 모든 성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문 격인 동문지로 들어가면 산성이 좌우로 두 팔 벌려 서 있다. 동문지에서 미륵산(430m) 정상에 닿는 길은 세 갈래다. 정상에 이르면 화강암 채석장이 눈에 들어온다. 돌이 전하는 무수한 이야기가 미륵산과 미륵산성에 남아 있다.

한강 이남 대나무 최대 군락지인 구룡마을이 지척이니 꼭 둘러보자. 백제 최대 사찰로 꼽히는 미륵사가 있던 터에선 돌의 역사를 압축한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반긴다. 국립익산박물관과 왕궁리 유적, 백제왕궁박물관은 익산 백제문화의 진수를 느끼기 충분하다.

■파란만장한 역사가 담긴 백제 산성, 가림성

충남 부여 가림성은 성흥산(286m) 정상부에 쌓은 석성으로, 둘레는 약 1500m, 성곽 높이는 3~4m에 이른다. 가림성은 501년(동성왕 23년)에 위사좌평 백가가 쌓았다고 전한다. 백제 성곽 가운데 유일하게 축성 연대를 알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가벼운 트레킹으로 성곽을 둘러보면서 백제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떠올리기 좋다. 또한 가림성은 '사랑나무'라 불리는 가림성 느티나무로 유명하다. 드라마 단골 촬영지인 이곳은 SNS 사진 명소로도 이름이 나있다.


성흥산 대조사는 원통보전 뒤에 자리한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이 명물이다. 높이 10m에 이르는 거구로,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과 쌍벽을 이룬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됐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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