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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폐허에 '한강의 기적' 일궜듯 도약 액셀 다시 밟아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5 18:36

수정 2023.05.25 18:36

"구조개혁, 선도산업 육성"
경제 원로들 한목소리 내
추경호(앞줄 왼쪽 여섯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역대 부총리들을 비롯한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경호(앞줄 왼쪽 여섯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역대 부총리들을 비롯한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면서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방향도 '피버팅'(방향 전환)을 하는 모양새다. 한은의 이날 결정에서 주목할 사실은 두 가지다. 2월과 4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는 점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정책이 물가잡기에서 경제살리기로 무게중심을 옮긴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진 것이다.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한은의 결단에는 적잖은 고민이 엿보인다. 이번 동결로 한미 간 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 폭인 1.75%p로 벌어졌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벌어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에서 이탈하고, 원화 가치도 덩달아 떨어질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진다. 폭등하던 물가상승률이 3%대로 주춤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추세도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금리동결에 힘을 실었다.

국내 경기침체는 심각한 수준에 접어들고 있다. 자본시장 리스크보다 경기침체와 저성장 심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판단이 금리동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침체를 보여주는 지표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수출부진이 이어지며 올 1·4분기 경상수지는 4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11년 만의 적자다.

반도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 반등을 이끌 모멘텀도 현재로선 약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고금리 충격 등 하반기 경제환경은 시계 제로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외 경제환경을 살펴보면 우리 경제는 올 하반기에 중대 변곡점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든가, 아니면 경제반등의 전기를 마련하든가 기로에 섰다는 말이다. 따라서 하반기 경제정책은 두 가지 트랙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수출부진과 내수침체라는 현안을 풀기 위한 부양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불확실성이 높은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단기대응책에 불과하다. 하반기 경상수지 수치를 보기 좋게 만드는 근시안적 정책에 그칠 때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대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우리나라의 수출체력은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국가경제를 혁신적으로 재건한다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이날 정부가 마련한 경제개발 5개년계획 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 모인 전직 경제부총리·장관들도 한국 경제가 기로에 서 있다며 구조개혁을 위해 역량을 총결집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됐던 나라가 경제 10위 대국 신화를 이룩한 데는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구조개혁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을 활용한 선도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원로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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