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 당국이 최근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개념이다.
중국 당국은 1970년대 이후 이 같은 대외 기조에 따라 다른 나라가 대만 관련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내정 간섭으로 간주해왔다.
이와 관련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는 26일 MBC라디오에 출연, 최근 한중관계 악화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한국이) 중국과 관련해, 특히 대만과 관련해 입장을 다시 정리해 (중국을) 배려해줬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특히 1992년 8월 한중수교 당시 우리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음을 들어 "그 내용을 한번 다시 회상하고 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하루 전인 25일에도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에 기초해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하는 데는 다른 정치·외교적 함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견해다.
중국 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 전후로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서 벌어진 것" "대만 문제는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밝혔을 당시부터 '하나의 중국'을 훼손한 것으로 간주하고 격한 반응을 보여왔다.
당시 중국 당국은 윤 대통령이 대만 관련 언급을, 그것도 미중 간 패권 경쟁의 당사국인 미국 방문에 즈음해 공개적으로 한 사실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대만'과 '북한'을 동일선상에 놓고 얘기한 데 대한 반감이 컸다고 한다.
중국 입장에서 대만은 자국의 일부일 뿐이지만, 남북한은 개별 주권국가로서 유엔에 각각 가입해 있단 이유에서다.
1945년 유엔 창립 때만 해도 당시 '중화민국', 즉 지금의 대만이 유엔에서 중국을 대표했다.
그러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고, 1970년대 들이 미국이 당시 소련(현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중화인민공화국'을 끌어들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유엔에서도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현재 대만은 유엔에서 개별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다. 당초 미국은 대만의 유엔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려 했지만, 중화인민공화국 측에서 '2개의 중국'을 만들려는 거냐고 반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는 단교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지적하며 중국과 대만 간의 이른바 '양안' 갈등을 언급하는 일이 늘고 있다.
중국 측에선 앞서 윤 대통령 인터뷰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도 이 같은 기류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했을 수 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중국이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인터뷰 내용에 따른 논란을 '결자해지'(結者解之·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 함)해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양 위원은 "그리나 윤 대통령이 기존 발언을 취소했다간 우리 내부에서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유엔 회원국으로서 중국의 지위를 존중한다' 정도의 메시지를 내놓거나 고위급 인사를 통해 보내는 게 문제를 풀어갈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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