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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외교전략가' 키신저 "적인 중국과 대화를..." 日재무장 행보 경고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7 15:20

수정 2023.05.27 15:20

1923년 5월 27일생 키신저, 100세 생일 맞아
WSJ 인터뷰서 美바이든 정권 대중정책 비판
미중 대화 필요성 강조...냉전기 데탕트 필요성 데자뷔
"대만 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제" 현상유지가 최선
"中의 부상에 대응한 日대량살상무기 개발 가능성"
27일(현지시간)100세를 맞이한 미국의 외교 원로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로이터 뉴스1
27일(현지시간)100세를 맞이한 미국의 외교 원로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로이터 뉴스1

[파이낸셜뉴스] 100세를 맞이한 미국의 외교 원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오늘날 세계 질서를 향해 한 마디로 "무질서"하다고 평가하며, 대립 일변도의 미국의 대중정책을 비판했다. 과거 냉전기 미소, 미중 데탕트 정책을 추진했던 키신저 전 장관은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탁월한 혜안과 전략적 사고로 외교 천재, 미국 외교의 대부등으로 불려왔다.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對中정책은 '도긴개긴'
키신저 전 장관은 100세 생일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주요국이 기본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있고, 대부분은 내부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이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강대국의 깃발 아래 행동을 맞춰나갈 것인지,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게 나을 지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 때인 1971년 헨리 키신저 대통령 특별보좌관과 중국의 2인자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의 비밀회담 당시 악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닉슨 대통령 때인 1971년 헨리 키신저 대통령 특별보좌관과 중국의 2인자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의 비밀회담 당시 악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중 공존을 강조해온 그는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접근 방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정책이 "거의 똑같다"며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적의 양보를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권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이 없는 정책이란 얘기다.

"중국을 적으로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역시, 중국이 미국의 '잠재적 적'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외교 철학인 '현실주의'를 언급하며, "(압박을 통해)중국이 변화할 것이라거나, 이로 인해 약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며, 미중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립의 시기, 미중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선 "중국에 대해 무분별한 적대적 태도를 삼가하는 한편,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미중 리더간 대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마치, 1960년대 말~1970년대 미소 대립의 냉전기, 긴장완화를 추구했던 그의 '데탕트'(프랑스어로 긴장 완화, 휴식이란 뜻)정책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대만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제"...日대량살상무기 개발 가능성 경고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군사 충돌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선 "(대립을 통해선)풀 수 없는 문제"라고 단언하며 "공해 자유의 원칙을 통해 해결할 방법이 있을 지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덤비는 무모함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년간 현상유지 상태에서 서로 위협을 가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왕이 외교부장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나 미중 관계 대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 사이트. 뉴시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왕이 외교부장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나 미중 관계 대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 사이트. 뉴시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이 가진 야심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중국문화를 전 세계에 퍼뜨리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답하며, "세계 지배가 아닌,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세력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부상으로 주목해야 할 국가로 일본을 지목했다. "일본이 (중국에 대항해)자체적인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데는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비판한 키신저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등에 대해선 "많은 것을 제대로 해냈다"고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막았다는 점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시킨다는 제안은 "엄청난 실수였고 전쟁을 야기했다"면서도 지금은 가입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종전 조건으로는 크림반도를 제외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 반환을 제시했다. 그는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믿음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 정치의 분열과 여야 불통이 미국의 정치력을 급격히 쇠퇴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기 미국의 외교를 대표하는 전략가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한국의 국가안보실장 격)과 국무장관을, 닉슨 정권에 이은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도 두 직책을 지속했다. 닉슨 행정부 때는 '미·소 전략무기 제한협정'(SALT),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해 공산 진영과의 데탕트(긴장완화)를 성사를 주도했다.
과거 '김대중 납치사건(1973년)'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당시 한국의 야권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 조치에 나선 일화도 유명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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