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총 1조달러의 남자'..대만이 들썩거렸다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9 07:00

수정 2023.05.29 07:00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자사의 GPU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자사의 GPU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오늘 저는 여러분들과 대만어로 이야기하고 싶은데 너무 긴장이 되네요. 제가 미국에서 자라서 제 대만어가 부정확한데, 오늘은 영어로 연설을 해도 될까요?"
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중국명 황런쥔)이 지난 27일 대만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대만어로 이같이 말하자 장내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대만 남부 타이난시 출생인 젠슨 황은 이날 서두는 표준 중국어와 대만어로, 대부분의 연설은 영어로 진행했다. 이날 황 CEO는 '목표를 향해 걷지 말고 뛰어라(Run, don’t walk)'를 주제로 20여분간 축사를 했다.

'AI대부' 젠슨 황 "AI,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것...기회 잡아야"
황 CEO는 먼저 졸업생들에게 AI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AI가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며 대만의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하며 "유연한 기업은 AI의 기회를 포착해 위상을 높일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는 기업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의 발달로 이전에 없었던 직업들과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는 데이터 공학,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 공장 운영, AI 보안 엔지니어링 등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프로그래머, 예술가, 디자이너 및 제조업 기획자의 성과를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이 밝힌 성공의 비결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7일 대만대학교에서 졸업연설을 하고 있다/대만 TV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7일 대만대학교에서 졸업연설을 하고 있다/대만 TV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날 젠슨 황은 엔비디아를 이끄며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① 겸손한 마음으로 잘못을 직시하고 도움을 요청해라
첫 번째 일화는 일본 게임 기업 세가(SEGA)와의 일화였다. 엔비디아의 첫 제품은 PC게임용 3D 그래픽카드로 세가와 제휴하려 했으나 1년 뒤 설계 오류가 뒤늦게 발견됐다. 이에 황 CEO는 세가 경영진에게 계약을 계속 이행할 수 없어 다른 파트너를 찾을 것을 권하면서도 "세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엔비디아가 망한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세가는 엔비디아가 6개월을 더 버틸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RIVA128 그래픽카드 개발을 할 수 있었으며, 이 그래픽카드가 3D 시장을 뒤흔들면서 지금의 엔비디아의 토대를 마련했다.

황 CEO는 "겸손한 마음으로 잘못을 직시하고 도움을 요청해 엔비디아를 구했다"며 "여기 현장에 있는 졸업생들처럼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마음 가짐을 갖기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②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고통이 뒤따른다
이후 엔비디아는 쿠다(CUDA)를 출시하면서 컴퓨터 연산, 시뮬레이션, 그래픽 처리 등에 '게임체인저'가 되길 기대했다. GPU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쿠다는 당시 60년 동안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CPU 연산 모드의 벽에 막혀 엔비디아의 기대와 다르게 초창기 부진했다.

황 CEO는 "이 기간 투자자들은 CUDA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속 연산의 순간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GPU 기술 컨퍼런스(GTC)를 개최하여 전 세계 CUDA 홍보에 꾸준히 박차를 가했다.

2012년 AI 전문가는 CUDA가 쓰인 지포스를 사용하여 AI 모델을 훈련시키며 AI 빅뱅이 시작됐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딥러닝의 잠재력을 일찍이 확인하고 준비를 했다"면서 "10년 후 AI 혁명이 시작됐고 전 세계 AI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③ 취사선택이 성공의 핵심
세 번째 일화로 스마트폰 웨이퍼 시장에서의 철수를 꼽았다. 황 CEO는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는 이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 CEO는 "스마트론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하면서 로봇과 컴퓨터에 집중했고 이 전략은 유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똑똑하고 성공한 인사들에게 철수나 포기가 쉽지 않지만 취사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거물이 둘씩이나?...주목 받는 '이 도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1.5/사진=뉴스1화상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1.5/사진=뉴스1화상
대만계 미국인들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주름 잡으면서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남쪽으로 300㎞ 떨어진 타이난시가 덩달아 주목 받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외에도 또 다른 반도체 공룡인 AMD의 수장도 같은 대만계 미국인에 타이난 출생으로 '동향'이기 때문이다.

PC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AMD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사 수는 3살 무렵 미국으로 이민을 가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전기공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정통 엔지니어다. 그녀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IBM 등을 거쳤다.
이후 2014년 말 풍전등화에 놓인 AMD의 구원투수로 투입돼 시가총액 기준으로 44배를 키웠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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