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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부담에 빚부터 갚는 가계… "소비 둔화에도 쓸 정책 없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불황 그늘]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8 18:42

수정 2023.05.28 18:42

실질소득 같지만 이자비용 급증
쓸 돈 줄면서 소비 갈수록 위축
가계대출·카드 사용 모두 감소
고소득층, 해외서 더 많이 소비
이자부담에 빚부터 갚는 가계… "소비 둔화에도 쓸 정책 없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불황 그늘]
이자부담에 빚부터 갚는 가계… "소비 둔화에도 쓸 정책 없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불황 그늘]
민간소비 위축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실질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 데다 이자부담 등 비소비지출이 급증한 게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여윳돈이 생겨도 빚부터 갚아 가계빚도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했다. 소비여력 감소 신호들이다. 수출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지지 않는 이상 경기가 '상저하고'(상반기 성장률은 낮지만 하반기는 상대적으로 높다)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은 갈수록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1·4분기 국내 경제성장을 떠받친 민간소비의 위축신호가 경제지표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4분기 -0.4%(직전 분기 대비)였던 경제의 역성장을 올 1·4분기 0.3%로 반등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은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공연·관람, 오락문화, 여행, 음식점·숙박업 등에서 억눌렸던 대면활동이 살아나 소비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민간소비 둔화신호는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가구 소득, 지출 등 가계동향에서도 제시됐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3년 1·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실질소득은 458만원으로 지난해 1·4분기와 똑 같았다. 실질소득은 같지만 고금리로 이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8% 늘었다. 연료비 또한 23.5% 증가했다. 이에 따라 흑자액은 116만9000원으로 12.1% 감소했다. 1·4분기 가계동향은 고금리가 지속되고 물가상승 둔화세도 미미해 5월 현재까지 지속되는 흐름이다. 특히 소득1분위(소득 하위 20%가구)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인 46만1000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쓸 돈이 줄면 소비는 위축된다.

올 1·4분기 가계빚이 전 분기 대비 13조7000억원 줄었다는 집계도 소비위축 심화를 예상할 수 있는 지표다. 가계빚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이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모두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금리가 높아지자 소비 대신 대출갚기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가 경기하강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고 서둘러 빚을 갚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물경제지표에도 이 같은 위축신호가 나왔다. 정부의 최근 경제동향 5월호(그린북)에 따르면 4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동월 대비 0.8%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증가세였던 백화점 매출액은 올 1월 한달 -3.7%를 기록하고 3월까지 계속 증가세였다. 지난 4월 국내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8.2% 늘었지만 2월(18.1%), 3월(20.5%) 대비 증가폭이 둔화됐다. 4월 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도 5.6%에 머물렀다. 1월(8.7%), 2월(8.1%), 3월(9.0%) 대비 낮다. 지난 3월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내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이 적어 경기버팀목인 내수, 특히 국내 소비회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해외여행은 지표상 민간소비를 늘리지만 국내 고용증가, 소비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효과가 거의 없어서다. 1·4분기 0.5% 늘어난 고소득층 민간소비의 상당부분이 해외여행 등에 따른 국외소비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투자는 정부가 직접 손댈 부분이 적고 당장 효과도 없어 소비가 망가지는 것을 막는 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긴축강도를 조정하든가(금리 등을 내리든가), 아니면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정부·한은 입장으로 봐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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