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용카드

카드 사용 늘어도 웃지 못하는 카드사… 수익 다각화 고민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8 19:10

수정 2023.05.28 19:10

1분기 승인금액 277조5000억
전년동기比 11.5% 증가했지만
조달비용 늘면서 역마진 발생
연체율·페이 수수료 이슈까지
실적 발목… 해외로 시선 확장
카드 사용 늘어도 웃지 못하는 카드사… 수익 다각화 고민
"장사가 안 돼서 돈을 못 버는 게 아니라 장사가 잘 되는데 나가는 돈이 많은 게 문제 입니다."

올해 1·4분기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면서 카드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 사업 진출과 동남아시아 시장 활성화 등 수익구조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등 '나가는 돈'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역(逆)마진 구조를 개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에 삼성페이의 수수료 유료화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 사용 늘었는데…

2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전체카드 승인금액은 277조 5000억원, 승인건수는 63억 7000만건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1.5%, 11.9% 늘었다. 최근 숙박과 음식점업 등 대면활동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하고 해외여행이 정상화되면서 여행과 여행 관련 산업 매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내수 회복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당기순이익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3% 감소한 1667억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9.5% 감소한 1455억원이었다. KB국민카드는 당기순익이 8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 감소했으며 현대카드는 7.9% 감소한 708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당기순익이 1년새 63% 급감해 202억원 순익을 냈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 당기순익 또한 40% 이상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현대카드에서만 유일하게 늘었다. 현대카드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한 약 9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늘어도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역마진 구조가 실적 부진의 이유다. 지난해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연초 2% 중반대에서 11월 6%대로 치솟았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가 주로 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4·4분기 조달비용이 급상승해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카드 수수료를 대폭 낮춘 상황에서 조달비용이 늘고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대손비용도 크게 늘었다.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1·4분기 대손비용은 전년동기대비 약 67% 증가한 7665억원에 달했다.

■카드사, 데이터사업·해외 노려

특히 올해 하반기 삼성페이가 유료화에 나서면서 카드사들은 조달비용·대손비용 상승과 페이 수수료 납부라는 삼중고를 맞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발(發)로 삼성페이 수수료 부과가 예상되고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순차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빅테크사가 금융업에 진출해서 빅테크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결제시장에서 영업이익을 끌어올리기 어렵단 판단하에 카드사들은 데이터사업과 해외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먼저 민간 데이터 전문기관, 마이데이터, 신용평가(CB)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과 삼성, 비씨카드는 금융위원회의 민간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예비 지정됐고 본인가를 준비 중이다. 데이터 전문기관은 금융·비금융사에서 개인의 익명·가명 데이터를 받아 결합할 수 있어 상품 출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신한과 KB국민, 현대카드 등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해 있고, 삼성카드도 본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하나카드는 SKT와 손잡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비현금 결제시장이 커지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수익 창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카드는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에 법인을 두고 있고 KB국민카드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에 진출했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법인, 우리카드는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법인에서의 실적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활성 고객수나 매출 등 중요 지표가 좋아졌는데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급상승으로 1·4분기 순이익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데이터 사업이나 해외 시장 진출도 이미 추진 중인 부분이었기 때문에 현재 위기상황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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