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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주경야독으로 첫 외국인 용접기능장 탄생 "韓 기술자 될래요"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1 16:37

수정 2023.06.01 16:37

폴리텍대서 국가기술자격 도전
[fn이사람]주경야독으로 첫 외국인 용접기능장 탄생 "韓 기술자 될래요"

[파이낸셜뉴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고 싶어 '용접기능장'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기술과 지식을 쌓아가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도 해결되고 시야도 점점 넓어지더라고요."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용접기능장이 된 하두하이(34)는 1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큰 꿈을 안고 한국에 온 다른 외국인들도 주저 없이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용접은 기계의 제조, 조립, 설치, 보수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안전성과 신뢰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이로 인해 기능장 취득은 높은 숙련도를 요구해 필기 합격률은 절반 수준, 실기는 지난해 기준 22.8% 뿐일 정도로 한국인도 취득하기 어렵다.

하두하이는 필기시험 준비에만 꼬박 1년을 쏟아 부었다. 두차례 낙방했지만 세 번째 도전 끝에 지난 4월 합격의 문턱을 넘었다.
한국에서 기술자로 성공해내겠다는 그의 의지를 입증한 순간이었다.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등록된 외국인 용접기능장은 단 2명 뿐이다.

하두하이는 베트남에서 가구를 제조하다 경제적인 이유로 22살에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는 "베트남은 한국을 경제성장 발전 모델로 벤치마킹하는 부분이 많고 문화도 많이 알려져 선호한다"며 한국을 찾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생활 처음에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근무했다. 하두하이는 "어려서부터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지만 고향은 농업이 발달한 곳이라 접하기 쉽지 않았다"며 "회사에서 다양한 기계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꿈이 다시 살아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의 열정은 전문 지식과 기술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기계공학과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학업에만 매진하긴 힘들었다. 집에 있는 두 아들 때문이다. 이에 전문대학을 졸업한 산업체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야간 심화 교육과정에 매달렸다.

현장에서의 용접 경력을 살려 기능장 시험에 도전한 것도 이때부터다. 일주일에 나흘, 일을 마치고 직장이 있는 김해에서 창원으로 넘어와 남들은 집에가 쉬는 퇴근시간 무렵부터 하루에 4시간씩 '주경야독' 생활을 병행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3학기째 비슷한 경력을 가진 입학 동기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기능장 자격을 거머쥐었다.

하두하이는 "지도교수님과 동기들이 큰 힘이 돼 두번의 실패에도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폴리텍대는 1982년 45명의 국내 첫 기능장을 배출한 바 있다. 첫 외국인 기능장도 교내에서 탄생해 더 의미가 깊다고 이상태 지도교수는 귀띔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40년 3000만명 선조차 무너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해 외국 인력 활용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그의 열정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하두하이에게 10년이 넘는 한국 생활은 늘 도전이었다. 그는 "낯선 땅에서의 생활이 늘 좋을 순 없다. 가장이 되고 나선 더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됐다. 현재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를 가진 그는 다른 목표에 도전 중이다.


하두하이는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 영주(F-5) 비자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하는 일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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