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후임 머리채 잡고 발로 위협, 임금 노릇…녹슬지 않는 해병대 기수 문화

뉴스1

입력 2023.06.01 09:53

수정 2023.06.01 10:05

해병 모 부대에서 4기수 선임인 후임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영상이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을 통해 고발됐다. (SNS 갈무리) ⓒ 뉴스1
해병 모 부대에서 4기수 선임인 후임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영상이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을 통해 고발됐다. (SNS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해병대는 유난히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조직이다.

선후임을 가르는 엄격한 기수 문화가 이러한 자존심의 바탕이기도 하다. '미제 철조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기수빨은 녹슬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기수문화로 인해 이따금 선임이 후임을 괴롭히는 것을 당연시 여겨 문제가 되고 있다.

군관련 제보채널인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1일, 해병대 차원에서 기수문화를 보호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선임이 후임에게 지나친 얼차려, 가혹행위를 한 사례를 고발했다.



육대전은 지난달 26일 "올 3~4월 SNS 계정에 업로드된 영상"이라며 내무반에서 선임으로 보이는 해병이 후임을 엎드려뻗치기 시킨 뒤 머리채를 잡고 뒤로 넘기는가 하면 발로 밟을 듯 위협하는 영상을 소개했다.

비난이 빗발치자 해병대는 "사실관계를 조사, 법과 규정에 의거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문제는 해병대가 사건을 축소시키기에 급급한 듯한 조사 후 설명이다.

육대전은 1일 "해병대 측은 '촬영자를 비롯하여 영상에 나오는 인원들은 서로 동기이고 해당 영상은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이후 '영상 속 인원들은 동기가 아닌 선후임 관계’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육대전은 "해병대측에 재확인하니 '두 기수 차이가 나는 선후임 관계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선후임 관계임을 인정했다"며 동기로 판단한 까닭에 대해 "최초 해당 부대가 상급부대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동기'라는 착오가 발생했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육대전이 다시 알아본 결과 "영상속 두 인원은 두 기수 차이가 아닌 네 기수 차이였다"며 해병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두 기수 차이로 축소한 것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원 자원 입대자로 인원을 꾸리는 해병대 기수별 차이는 일반적으로 1개월이다.


2기수 차이는 2개월, 4기수 차이는 4개월로 기수 차이가 적을 수록 상대적 친밀감이 높기에 해병대가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일부러 기수차이를 줄이지 않았는가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