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민족영웅 찾는다더니 '정권퇴진 운동'… 없는 기념품비 청구 [국가보조금 부정사업 백태]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4 18:19

수정 2023.09.04 11:31

아들회사에 용역계약 몰아주고 가족여행을 출장으로 둔갑 일수
대통령실 "국민혈세 국민이 감시"
포상금 요건완화·한도상향 추진
민족영웅 찾는다더니 '정권퇴진 운동'… 없는 기념품비 청구 [국가보조금 부정사업 백태]
#.1 묻힌 민족영웅들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6260만원을 받은 한 통일운동단체. 그러나 이 단체는 '윤석열정권 취임 100일 국정난맥 진단과 처방' 등 정치적 강의를 한 데 이어 "윤석열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도 강의에 포함시켰다. 이 단체는 원고를 쓰지도 않은 사람에게 지급한도 3배에 달하는 원고료를 지급했다.

#.2 모 기념사업회는 기부금 명목 리베이트로 4000만원 이상을 편취했다.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단순 기능 앱 개발비로 5300만원을 업체에 지급한 뒤 500만원을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4개 거래업체로부터 리베이트 3300만원을 부당편취했다. 또 직원 2명의 5개월분 급여 2100만원 중 523만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돌려받았다.

대통령실이 비영리민간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에 칼을 빼 들었다.


정부가 최근 3년간 1만2000여개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집행 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위가 드러난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정사용금액만 314억원으로, 국고보조사업이 '쌈짓돈'으로 전락해 대통령실은 내년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을 최소 5000억원 삭감키로 했다.

■적발된 단체, 5년간 배제…전액환수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4일 서울 용산청사에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감사결과 및 개선방안'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 적발된 단체는 향후 5년간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할 것"이라며 "부정수령한 보조금은 전액 환수하고 정상수령했으나 집행 과정에서 부정·비리가 있을 경우 해당 금액은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밝힌 보조금 주요 위반 사례를 살펴보면 보조금 횡령과 사적 사용, 거래업체에서 리베이트 수령, 가족과 내부거래 등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연맹은 사무총장이 출장비를 빼돌려 여행비로 사용하고, 물품제작비를 허위로 집행해 착복하는 등 3년간 3500만원을 편취했다.

해당 연맹 사무총장은 지난해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사업으로 3건의 해외출장비 1344만원을 받았지만 2건은 개인 국외여행으로, 1건은 허위출장으로 판명됐다.

아울러 제작하지도 않은 각종 자료 및 기념품 제작비 1937만원을 사무총장 개인계좌에 입금했고, 2020년에는 집행근거도 없이 200만원을 개인계좌에 입금해 횡령까지 했다.

모 교류원은 교류원 원장 아들이 대표로 있는 기업과 1727만원의 행사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숙박비 증빙자료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부정사용에 정부는 내년 보조금 사업 예산을 올해 대비 5000억원 삭감하면서 혈세를 제대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 방침이다.

■尹 "국민 감시 포상금제 운용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영리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운영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국민혈세를 국민이 감시하는 포상금제도를 운용하라"고 지시하는 등 보조금 감시 강화를 비롯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이 "국민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라"며 "보조금이 방대해 국민이 감시를 안하면 잘못 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민간단체 보조금 부정사용과 비위 근절을 위해 보조금 위탁업체도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등록, 관리하도록 하고 보조금 집행 점검 추진단 설치로 분기별 집행 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지시했듯 보조금 부정·비위 신고포상제를 실시하고 각 부처 감사관실에 보조금 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보조금 부정·비위 신고포상제도는 현재도 있으나 요건이 엄격해 포상금 지급요건을 완화하고 지급한도도 높일 계획이다. 현행법상 최대 2억원까지만 가능하나 최근 포상금 내역을 살펴보면 재작년에 15번 평균 2000만원, 지난해 1건에 500만원 정도 지급에 그쳤다.

[정정 및 반론보도] '민족영웅 찾는다더니 '정권퇴진 운동'...없는 기념품비 청구' 관련

본지는 대통령실 보도자료에 따라 한 통일운동단체가 묻혀진 영웅을 발견하겠다며 6260만원을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강의를 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사실 확인 결과 해당 단체에서는 묻혀진 영웅을 발견하겠다고 보조금을 신청하여 2022년 확정된 보조금은 4800만원(자부담 1460만원 포함 전체 사업비가 6260만원)인데, 1차 보조금으로 현재까지 1500만원을 지원받았음이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해당 단체 측은 "원고료 100만원은 작성자의 요청으로 제3자의 계좌로 지급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