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직장 내 괴롭힘' 금지해도… 5인 미만 사업장엔 남일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4 18:58

수정 2023.06.04 18:58

10명 중 4명 직장내 괴롭힘 호소
사업주 경제적 부담 크다며 예외
적용 범위 확대 개정안 국회 계류
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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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씨는 지난해 해외에 출장을 갔다가 식사비 등 50만여원을 사비로 냈다. 이후 A씨가 회사에 영수증을 내고 경비 처리를 신청했으나 공제받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구체적으로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 등까지 모두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가 지난해 12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으나 회사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조사기관에서 돌아온 대답은 "A씨의 회사는 상시 근무 직원이 총 3명에 불과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이 되지 않아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을 확대하는 개정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여전히 관련 상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일반 사업장에 비해 괴롭힘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2021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36%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약 4명에 해당한다. 전체 직장인 평균(32.5%)보다 높은 수치였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52.1%는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응답해 전체 직장인 평균 응답 비율(30%)을 크게 웃돌았다.

직장 내 괴롭힘 처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기준법에는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규정(11조)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근로기준법 규정은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된다는 부칙이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76조의2, 76조의3)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관련 개정안은 수차례 발의된 바 있으나 법안 통과는 요원하다. 지난 2020년 11월에는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6월에는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모두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 2021년 2월 황보승희 의원안 등에 대한 제384회국회(임시회) 제2차 환경노동위원회의 검토보고에 따르면 "약 20여년간 구체적 위임 없는 행정입법에 의해 근로기준법의 적용여부가 결정돼 왔다"면서도 선행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대체로 영세사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준수할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봤다.

정현철 직장갑질 119 사무국장은 "소규모 사업주에게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 5인 미만 사업장을 직장 내 괴롭힘 예외로 두자는 측의 주장"이라며 "가산수당이나 연차 같은 것은 경제적 부담이 되지만 괴롭힘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직장 내 성희롱은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된다"며 "노동자는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괴롭힘 당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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