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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4 19:07

수정 2023.06.04 19:07

[차관 칼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
올해 1·4분기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낮아지는 출산율은 인구 고령화, 나아가 인구 감소와 맞물리며 국가경제와 대내외적 위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 육아를 너무 힘겨운 일로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말 '아시아인의 가족과 행복'이란 주제로 서울, 뉴욕, 베이징 등 대도시 15곳에 거주하는 만 18~59세 시민 1만500명을 조사한 결과 서울시민 81%가 자녀는 경제적 부담이라고 밝혔다. '자녀는 인생의 기쁨'이라는 답변은 68.1%에 그쳤다. 이 같은 자녀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라는 인식이 실제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이 생각하는 삶의 우선순위도 결혼과 출산에서 일(직업)로 이동하고 있는 등 가치관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이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15년 51.3%에서 2021년 63.7%로 약 20%p 상승했다.

저출산 극복에 성공한 유럽 복지국가의 경우 가족 내 평등한 가사 및 돌봄 분담과 출산·양육에 대한 국가지원 확대, 일·생활 균형을 통한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가 핵심기제로 작용했다고 한다. 스웨덴은 돌봄문화를 강화한 결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남성의 돌봄 참여가 더욱 활성화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여성가족부는 결혼과 출산, 육아가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문화'를 확산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가족친화 인증기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인증을 장기간(중소기업 12년, 대기업 15년 이상) 유지한 기업들을 최고기업으로 지정해 워라밸의 조직문화가 한 기업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

또 맞벌이 가정의 자녀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아이돌봄서비스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초등학교 4학년생은 정부가 지원하는 아이돌보미를 태어난 지 3개월에 만났다고 한다. 아이돌보미 선생님은 어떤 물건도 구해다 주는 '요술램프 지니'이며, 워킹맘의 공백을 채워주는 제2의 엄마가 됐다. 그 덕분에 학생의 엄마는 경력단절 없이 복직을 했고, 아이돌보미에 대한 무한믿음으로 동생까지 낳아 11년간 돌보미에게 두 자녀를 맡겨 키우고 있다.

여가부는 올해 2월 '아이돌봄 서비스 고도화방안'을 발표했다. 아이돌봄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돌봄인력의 국가자격제도와 민간 돌봄업체 등록제도를 도입하는 등 믿고 맡길 수 있는 양육환경 마련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여성이 일이냐 가정이냐를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이지 않도록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는 '입직-직장복귀-경력유지·전환' 등 생애주기를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마치 길고 긴 터널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구전문가들은 앞으로 10여년 안에 우리가 어떻게 차근차근 준비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예견되는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환경 조성'은 인구감소라는 예견된 미래를 더 나은 미래로 바꾸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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