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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톈안먼'이었나, 中서 네이버 일부 접속 가능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5 09:33

수정 2023.06.05 09:52

-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인 4일 이후부터 네이버 뉴스만 제한적으로 열려
- 중국은 톈안먼 비극을 '정치 풍파'로 표현하며, 기념행사조차 원천 차단
네이버 캡처
네이버 캡처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차단됐던 한국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 접속이 5일 새벽 이후 일부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당초 네이버 접속 차단을 놓고 한중 관계 악화 등 다양한 추정이 제기됐으나, 지난 4일이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이에 대한 여론 통제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네이버 접속 회복이 일시적이고 일부 지역에 한정한 것인지, 이전으로 복귀 수순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컴퓨터와 휴대폰 모바일로 네이버 사이트에 접속하면 로딩 속도가 다소 느리긴 해도 언론 보도를 읽는 것이 가능하다.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단어를 입력해 검색하는 것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뉴스의 경우 사진이나 동영상은 열리지 않는다.
검색 결과도 뉴스만 연결된다. 블로그나 쇼핑몰 등은 여전히 ‘웹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글이 뜬다. 댓글 창도 막혀 있다.

중국에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부터 네이버 접속이 차단됐다. 일반 블로그나 쇼핑은 물론 뉴스 보도까지 볼 수 없었다. G7의 공동 성명은 중국에 대한 견제가 골자였다.

따라서 중국 현지에선 한국에 대한 경고 혹은 보복 조치 성격에서 네이버 접속을 차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네이버 차단은 중국 수도인 베이징뿐만 아니라 상하이, 톈진, 충칭, 허베이성, 랴오닝성, 지린성, 쓰촨성, 장쑤성, 산둥성 등 대부분 지역의 공통된 현상이었다.

이로 인해 교민들과 주재원, 현지 진출 기업인들은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네이버에 접속해왔다. 그러나 VPN 중국에서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이마저도 수시로 접속이 차단됐기 때문에 네이버 이용에 불편을 겪어왔다. 다음 사이트는 사드 사태 이후인 2019년부터 차단됐다.

중국은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구글, 지메일, 넷플릭스, 위키피디아 같은 주요 인터넷 서비스 접근이 공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서방에선 이를 ‘만리방화벽’(만리장성+방화벽)이라고 부른다.

중국은 2009년 법률 개정을 통해 ‘컴퓨터 정보 시스템을 불법적으로 통제하거나 방해하는 장비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네트워크 데이터 안보 관리 규정’ 초안을 발표하며 VPN 사업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중국인 유튜버는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 유튜버를 중국 공안에 고발했다가 VPN을 사용한 사실이 들통이 나 오히려 벌금을 물기도 했다.

한국 외교부와 주중한국대사관은 그동안 네이버 접속 차단에 대해 “유관기관과 함께 확인 중”이라고 밝혔을 뿐 지금까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역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6·4 톈안먼 사건은 1989년 대학생과 지식인 중심의 중국인들이 부정부패 척결과 민주개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중국 인민해방군이 유혈진압을 하면서 그해 6월 4일을 즈음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을 일컫는다.

2021년 11월 중국 공산당이 채택한 제3차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의 결의)는 1989년의 톈안먼 민주화 시위와 유혈 진압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채 "엄중한 정치 풍파"로만 표현했다.

올해 역시 베이징, 홍콩 등 주요 지역에서 기념행사가 열리지 못하도록 통제했으며, 시위와 관련이 있는 반체제 인사들은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강제 여행을 보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검색어를 입력해도 '검색 결과가 없다'는 문구만 뜬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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