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은도 '단기간 내 회복 어렵다'는 외환보유액, 수출경기·환율이 관건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7 16:23

수정 2023.06.07 16:23

지난달 외환보유액 4209억달러..6개월來 최저
한은에서도 "단기간 내 이전수준 회복 어렵다"
환율 방어에 경상수지 적자로 '나가는 돈' 많아
이창용 총재 "걱정할 수준 아냐"했지만 우려 여전
전문가들 "경상수지 흑자+환율 안정돼야
보유액 증가.. 예전과 같은 증가폭은 어려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달러 강세 등으로 3개월 만에 감소한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3.6.5/뉴스1 /사진=뉴스1화상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달러 강세 등으로 3개월 만에 감소한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3.6.5/뉴스1 /사진=뉴스1화상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209억 8000만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한국은행에서도 "단기간 내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 가운데 수출경기와 환율 안정이 관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재 외환보유액이 환율 방어나 국가 신인도 측면에서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 6개월來 최저, 한은 "단기간 내 회복 쉽지 않아"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달(4266억 8000만달러) 대비 57억달러 감소한 4209억 8000만달러로 작년 11월 이후 가장 적었다.
3, 4월 달러화 약세 등 영향으로 증가한 후 석달 만의 감소 전환이다.

외환보유액은 증앙은행이나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고 있는 대외 지급준비 자산이다.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그만큼 국가의 지급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가 신인도를 높이고,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2001년 1000억달러, 2005년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외환보유액은 2011년 3000억달러를 돌파한 후 지난해말에는 4232억달러까지 늘었다.

문제는 외환보유액이 점차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경상수지 연속 흑자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외환보유액이 늘었는데, 1·4분기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데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변동성을 키우면서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미 달러화를 푸는 것도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따라 400억달러 감소했다"라며 "최근 금리 및 주가 안정에 따른 운용 수익 증가 등으로 지난 4월까지 소폭 늘어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이전 수준을 회복할 기대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2일 "작년 이후 미국 달러화 강세의 글로벌 요인과 무역수지 흑자 축소 및 해외투자 등 한국 고유요인으로 환율이 약세를 보이고 변동성도 증가했다"라며 "원화 환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1100원대)으로 하락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이날 환율이 1200원대에 진입하기는 했지만 이전과 같은 원화 강세를 보이기는 힘들다는 게 당국과 시장의 전망이다.

외환보유액 우려에.. 전문가들 "경상수지 흑자+원달러 환율 안정이 관건"

전문가들은 현재 외환보유액이 환율 방어, 국제 신인도 측면에서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RA) 100%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보유액이)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채권국이다. 예전처럼 외채가 많아서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투입해왔기 때문에 지난해말 대비 감소했지만, 장기 평균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라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과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경기회복과 환율 하향안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형석 연구위원은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하락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급격하게 개선될 가능성은 작고, 추세적인 반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완화되면 국내에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경상수지가 과거만큼 흑자 기조가 뚜렷하지 않고 국제금융시장도 과거처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외환유입이 과거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에서도 이같은 상황에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보단 환율 변동성 등을 고려해 유동화하기 쉬운 미 달러화를 더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은 환율 수준이 이전 평균보다는 높고, 달러화를 시장에 매입하기보다는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에도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영향으로 보유액이 감소했고 수출도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 유동성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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