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대표작 '시카고'가 2003년, 2015년, 2017년에 이어 6년 만에 네 번째 내한공연(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5월27일~8월6일)의 막을 올렸다. 주인공 벨마 켈리는 보드빌 배우인데 바람을 피운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했다. 또 다른 주인공 록시 하트는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마음이 바뀐 내연남을 살해했다. 변호사 빌리 플린과 간수장 마마 모튼은 살인을 저지른 여자들을 언론을 이용해 스타로 만들어 무죄판결을 받게 만들어준다.
주조역이 모두 빌런들인 셈이다. 그래서 공연의 오프닝에서 배우가 직접 이야기 하듯이 이 작품은 '살인, 욕망, 부패, 폭력, 착취, 간통, 배신'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이야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공연이 시작하면서 흘러나오는 첫 번째 넘버 '올 댓 재즈(All That Jazz)'만으로도 별써 관객들은 공연에 흠뻑 빠져든다.
'시카고'의 정수는 음악과 춤이다. 1920년대를 대표하는 재즈음악을 빅밴드를 전면에 노출해 작품의 중심에 위치시키고, '시카고'의 연출가이자 전설적인 안무가였던 밥 포시의 구성과 안무야말로 이 작품의 매력을 드러내준다. 극중 벨마가 록시에게 보드빌 쇼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는 '아이 캔트 두 잇 얼론(I Can't Do It Alone)'라는 넘버를 통해 이 작품이 노래와 연주와 춤을 얼마나 절묘하게 장면으로 구축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빌런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지점도 분명히 있다. 솔직해지자. 우리 모두는 때로 나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교훈을 얻든, 반성을 하든, 대리만족을 하든 때로는 이런 상상을 현실이 아닌 예술을 통해 대신 풀어낼 필요도 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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