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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신경영 선언' 30년, 뉴삼성의 길은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6 17:16

수정 2023.06.06 17:16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뉴시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993년 6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발표한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지난 30년간 삼성이 초일류 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너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뉴삼성' 체제가 반도체 부진 등 중대 국면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취임 8개월을 맞은 이 회장이 뉴삼성의 위기 극복을 위해 비메모리를 투자를 한층 확대하고, 로봇, 바이오, 인공지능(AI) 분야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아 포스트 반도체 비전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이같은 미래 비전 추진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등기임원으로 복귀해 책임경영도 한단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순위 정해 적재적소 투자 시급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주력 사업 경쟁력 유지와 신사업 기술 우위 확보를 '뉴 삼성' 비전의 핵심으로 꼽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재적소에 투자 역량을 투입하는 결단이 중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신경영 선언 당시 삼성이 갖고 있지 못한 산업을 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식 투자를 했다"며 "현재 삼성은 기존 사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정제된 기술이 필요한 아주 어려운 시기를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적절한 투자와 기술 확보 없이는 소멸될 수 있는 위기"라고 덧붙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이 회장은 선대회장의 유산을 이어받아 초일류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며 "부동의 1위에 그치지 않고, 경쟁사가 따라잡을 수 없는 ‘딥 다이브’ 전략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4차산업 시대를 맞아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반도체에 투자 역량을 보다 집중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동시에 바이오, 로봇, AI 등을 미래 성장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며 메모리에서 비메모리로 무게중심이 넘어가고 있다"며 "비메모리 중요성은 수 년 전부터 강조된 부분인데, 삼성의 움직임이 더디며 1위 TSMC와 격차가 벌어지는 형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기술과 접목해 비메모리에 과감한 투자나 전략적인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중대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반대로 비메모리에서 성과가 나면 삼성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메모리 시장 성장에 대응해 4차 산업 맞춤형으로 반도체 투자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며 "기존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로봇, AI 등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경영 위해 등기임원 복귀해야
전문가들은 삼성이 기존 사업과 신사업 시너지 강화 차원에서 중장기 관점에서 인수합병(M&A)을 검토할 것으로 봤다.

홍 교수는 "반도체 외 다양한 계열사를 갖고 있는 점이 글로벌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삼성의 경쟁력"이라며 "사물인터넷(IoT), 전기차 등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불황 등 대외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장기화되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풀기 위한 사회적 논의도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등기임원 복귀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필요하며, 삼성 경영자로서 자신감과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이라며 "이 회장이 매주 재판에 나서며 온전히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도움을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 교수도 "이 회장이 경영자로서 경력을 충분히 쌓은 만큼 이제는 책임경영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할 때이고, 그 시작은 등기임원 복귀"라고 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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